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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대책으론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선거를 틈탄 부동산 투기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에서조차 전국에 걸쳐 부동산 투기행위가 성행하고 있는 것을 인정할 정도인 것을 보면 얼마나 심각한 국면인가를 알 수 있다.
투기꾼들이 이 호기를 놓칠세라 동분서주하고 이때문에 개발지역주변 땅값이나 야산, 임야의 값이 최근 몇배씩 오르기도 한다.
노사분규로 인한 고임과 국제수지 흑자에 따른 풍부한 시중유동성, 양대선거 치르기등 경제안정기조가 불안한 판에 부동산투기까지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투기가 어느정도 심각한지 그 실례는 얼마든지 있다.
얼마전 어느 인기있는 대형아파트 분양에 5천만원의 채권액을 써넣고 당첨된 사람이 채권액을 빼고도 1억원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요즈음 여당이 공약으로 지역개발계획을 내놓으면 으례 해당지역 주변 땅, 임야값은 오르게 마련이고 중앙고속도로 건설공약이 나오자 경북내륙지방 야산값이 지역에 따라 10∼20배까지 치솟았다.
특히 선거공약이 부동산값을 부채질할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민정당측은 우리의 지역개발 공약은 『정부에서 그동안 추진해오던 것을 보다 구체화시켰고 재원마련대책까지 세워져 있다』는 식이어서 투기꾼들을 날뛰게 만든다.
집권당이 개발공약을 틀림없는 것으로 믿어줄 것을 강조하는데 투기꾼들이 개발지역 주변땅에 군침을 안흘리겠는가.
선거철 행정이 느슨해진 사이 시중 부동자금도 우왕좌왕하면서 투기는 더 과열조짐이다.
한때 은행의 예금통장에서 빠져나가 증시로 몰렸던 돈이 요즈음은 부동산쪽으로 쏠리고 있다.
올해 연말처럼 물가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때도 드문데 부동산투기까지 만연되면 안정기반은 밑바닥이 크게 흔들리게 된다.
고물가는 환물심리를 충동하여 실물투기를 조장하고 실물투기는 다시 물가를 부채질, 악순환이 반복된다.
부동산 투기가 재연되면 불로소득이 판을 쳐 건전한 근로, 생산의욕을 저해하고 부익부빈익빈을 심화시켜 위화감을 조성하게 되는 것은 우리가 경험한 그대로다. 정부에서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 꾸준히 대책을 펴오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왜 투기가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어딘가 틀림없이 나사가 풀렸고 투기근절대책이 미흡한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도 부동산 투기규제시책을 내놓았다. 토지거래신고대상 확대, 특정지역 확대, 개발이익 환수제 실시, 양도차액의 누진과세등을 통해 투기를 억제해보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대책은 정상적인 부동산투기현상을 잠재우기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투기현상은 악성인 만큼 이런 식의 대책보다는 보다 대증적 규제책이 강구되어야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이완된 행정력을 죄어서 총동원, 투기지역엔 강력한 사후대책반, 투기예상 지역엔 사전대책반을 상주시켜서라도 다스려야 한다.
상습적인 투기꾼은 명단을 공개해서라도 사회적으로 응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특히 선거를 치르는 전환기 정부·여당이 통화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선거공약을 남발하게 되면 부동산투기는 더욱 조장된다는 것을 똑똑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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