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누명 수지 金 유족에 42억원 손해배상 판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7면

간첩 가족이라는 누명을 쓰고 고통스럽게 살아온 수지 金(한국명 김옥분)씨 유족이 사건 발생 16년 만에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서울지법 민사합의41부는 15일 金씨 여동생 등 유족 10명이 국가와 金씨 살해범 윤태식(尹泰植)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42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위자료 부담 비율은 국가와 尹씨의 협의나 별도의 소송을 통해 정해진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는 살해된 金씨를 국가 권력을 이용해 간첩으로 조작하고 살인범 尹씨를 오히려 반공투사로 만들어 원고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쳤다"며 "원고들은 간첩 가족으로 몰려 그동안 신분상의 불이익으로 인해 경제적 궁핍을 겪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들은 소멸 시효가 이미 지났다고 주장하나 원고들은 尹씨가 기소된 2001년 11월에야 진실이 조작됐음을 알게 됐으므로 그 주장은 이유없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1987년 金씨 살해사건 당시 국가안전기획부가 尹씨의 범죄사실을 알고도 사건을 조작, 金씨를 간첩으로 몰았고 2000년 경찰청과 국가정보원이 이 사실을 숨기고 尹씨에 대한 수사를 종결해 명예회복의 기회를 잃었다며 지난해 5월 78억4천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상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