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검찰…문석호 의원 "보복" 주장에 맞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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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명 검찰총장

정상명 검찰 총장은 9일 대검찰청 강찬우 홍보담당관을 통해 '문석호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라는 발표문을 냈다. 열린우리당 문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충남 서산-태안) 사무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 남기춘 서산지청장에 이어 정 총장의 신상자료 등 100여 건의 자료제출을 법무부와 대검에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문 의원은 특히 ▶정 총장의 법조 브로커 윤상림씨와의 연루설 ▶정 총장이 단기사병으로 근무하던 중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과정에서 병역특혜 의혹 등을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조규선 서산시장 측의 당비 대납사건과 관련해 문 의원 지구당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정 총장은 이날 발표문에서 "검찰의 사무실 압수수색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주장한 자신에 대한 보복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공명선거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과 이에 따른 검찰 수사를 정치적 의도로 쟁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 총장은 홍보담당관을 통해 "브로커 윤상림씨와는 일면식도 없고, 병역특혜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정 총장은 이날 발표문 내용을 직접 구술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상당히 격앙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작성된 발표문 초안에는 "명예훼손에 따른 법적 대응까지도 고려하겠다"는 등의 강한 내용이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관계자는 "총장께서 '강한 말씀'을 쏟아 내셔서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정 총장이 강경하게 나온 데는 문 의원의 '검찰 흔들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정 총장은 이날 대검 간부들에게 "서산 지역 당비 대납 사건은 검찰 인지사건이 아닌, 선관위에서 먼저 고발한 사건"이라며 "그럼에도 사사건건 검찰총장을 물고 늘어지면 5.31 지방선거 사범 수사 등에서 검찰이 어떻게 제대로 일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고 한다.

또 개인신상 관련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내부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검찰 반응이다. 검찰 관계자는 "근거 없는 소문으로 조직 내 오해가 커질 수 있어 이를 조기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문 의원은 검찰의 유감 표명과 관련해 "자료제출 요구는 국회법 등에 따른 정당한 의정활동"이라며 "검찰총장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한 의정활동을 폄훼하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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