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얍 ~ 검도 대련 처음 본 아이들 휘둥그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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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호원대 검도부 선수들이 12일 군산 마룡초를 방문해 검도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전북도체육회]

호원대 검도부 선수들이 12일 군산 마룡초를 방문해 검도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전북도체육회]

“검도는 죽도로 상대방을 치거나 찔러서 승부를 겨루는 경기예요.” 지난 12일 오전 전북 군산시 서수면 마룡초등학교 체육관.

호원대, 군산 마룡초 찾아 현장 교육 #전북체육회서 20개 종목 재능기부

호원대 검도부 김황선(44) 감독이 이 학교 전교생 13명 앞에서 검도에 관해 설명했다. 마룡초는 한 학년당 학생이 2명 정도인 작은 시골 학교다. 호원대는 마룡초에서 5㎞ 떨어져 있다. 보호구를 착용한 호원대 1학년 선수 6명이 기합 소리와 함께 절도 있는 동작으로 검도의 기본자세와 기술, 일대일 대련 등을 시연했다. 숨죽이며 이를 지켜보던 학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골에 살다 보니 대부분 검도를 TV에서만 보거나 아예 본 적이 없어서다.

호원대 선수들은 미리 준비해 온 초등학생용 죽도를 학생들에게 나눠준 뒤 죽도 잡는 법과 발동작 등을 지도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재미있다” “무섭다” 등 제각각이었다. 6학년 김성재(12)군 등 남학생 일부는 “검도를 더 배워보고 싶다”며 호기심을 보이기도 했다.

전북 지역의 체육 지도자와 선수들이 마룡초처럼 스포츠를 배울 기회가 적은 농어촌 초·중·고교 학생들을 위해 현장 교육에 나섰다. 전북도체육회는 이날 마룡초를 필두로 체육인들의 재능 기부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체육인들이 직접 학교를 방문하거나 훈련장으로 학생들을 초청해 각 종목에 대해 소개를 하고 실기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은 지난해 컬링과 태권도·체조·정구·배드민턴·세팍타크로·씨름·검도 등 8개 종목으로 시작했다. 102명의 체육인이 동참했다. 올해는 반응이 좋아 복싱·레슬링 등 20개 종목으로 확대했다. 참여 인원도 200명으로 늘었다.

교사 없이 공을 갖고 노는 ‘아나공(‘옜다 공’의 경상도 방언)’ 수업에 익숙해 있던 학생들에게는 국가대표 등 엘리트 선수와 지도자로부터 생생하고 수준 높은 체육 수업을 받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한복경(53) 마룡초 교장은 “시골 학교이다 보니 아이들이 모르는 스포츠가 많은데 검도 수업은 다양성 측면에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체육계 관계자들도 재능을 나누면서 자기 종목을 알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김완 전북도체육회 경기진흥과장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운동부 선수들의 멘토나 장애인·노인 등에 대한 체육활동 지원 등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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