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돈 넣고 빼는데 연 이자 1% … 단기 자금 ‘파킹통장’에 넣어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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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부터 투자 동아리 활동을 하는 등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던 회사원 김준우(36)씨는 요즘 고민거리가 생겼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있어 주가는 더 오를 것 같은데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장세가 5년 넘게 이어지다 보니 코스피 지수 2160선인 지금의 주가가 부담이다. 그렇다고 안전한 예금에 넣자니 실질 수익률은 2%도 안 되는데 돈만 묶인다. 할 수 없이 약간의 이자는 포기하고 아무 때나 돈을 넣고 꺼낼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 통장에 돈을 넣었다.

기간·금액 조건 맞춰야 최대 이율 #5000만원까지는 원금도 보장돼

그런데 얼마 전 아침 출근길에 근처 은행에서 나눠주는 전단지를 봤다. 수시 입출금식 통장인데도 이달 안에만 가입해 잔액 1000만원 이상을 유지하면 특별금리 연 1.4~1.5%를 준단다. 이후에도 잔액 1000만원 이상으로 직전 달보다 평균 잔액이 줄지 않으면 연 1.3%의 이자를 준다고 한다. 김씨는 “2000만원을 일단 이 통장에 넣고 투자 기회를 엿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가입한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파킹 통장’이다. 아무 때나 돈을 넣고 뺄 수 있는데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연 1% 안팎 이자를 준다. 보통의 수시입출금식 예금 이자는 연 0.2% 수준에 그친다. 단기 이슈가 발생하거나 시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소나기를 피해 잠시 안전한 곳에 돈을 보관한다고 해서 ‘파킹(parking)’ 통장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16일 SC제일은행에 따르면, 주식시장과 파킹통장의 자금 유입에는 ‘시소 공식’이 나타난다. 증시가 하락하면 파킹통장으로 돈이 몰리고, 증시가 오르면 돈이 빠진다. 이 은행이 2015년 출시한 파킹통장인 ‘마이플러스통장’의 잔액 증감추이를 보면 그렇다.

출시 이후 한 달에 3000억원대의 자금 유입이 나타났던 것은 지금까지 세 번 있었다. 미국 금리 인상과 국제 유가 하락으로 코스피 지수가 급락했던 2015년 12월, 이 통장에는 상품 출시 이후 가장 많은 3753억원이 들어왔다. 김용남 SC제일은행 수신상품팀 이사는 “불확실성이 갑자기 높아질 때를 대비해 파킹통장을 알아두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자금 계획에 맞게 파킹통장을 잘 활용하면 현금 유동성과 정기예금 수준의 금리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파킹통장 외에 전통적인 단기 투자처는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머니마켓펀드(MMF) 등이다. 파킹통장과 비슷하게 하락장에서 자금이 유입되고, 다시 시장이 안정화되면 돈이 빠져나간다.

다만, CMA나 MMF는 안정적이긴 하지만 엄연한 투자상품이기 때문이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다. 파킹통장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까지 원금을 보장한다.

파킹통장은 가입 기간이나 금액 조건 등이 충족되지 않으면 최대 이율을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씨티은행의 ‘Citi자산관리통장’의 경우 은행거래 실적이 10억원 이상이거나 신규 가입할 경우(2개월간)에만 10억원 이하 잔액에 대해서 연 1.4%의 이자를 준다. 조건 충족이 여의치 않다면 KDB산업은행의 상품을 이용할 만하다. ‘Hi 입출금통장’은 금액 및 거치 기간에 관계없이 무조건 연 1.1%의 금리를 보장한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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