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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이른둥이 생존·재활 집중치료, 또래 아이처럼 무럭무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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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특성화센터 탐방 이화도담도담지원센터
국내 이른둥이(미숙아) 치료 성적은 세계 최정상급이다. 신생아 집중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존이 어렵다고 여겨졌던 1.5㎏ 미만 극소 저체중아 생존율도 86%에 이른다. 하지만 치료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병원을 나서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퇴원 후 영양 공급, 신체 발달 상황을 점검해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건강하게 자란다. 이화도담도담지원센터는 태어나면서부터 병원 밖 세상에서 완전히 적응할 때까지 이른둥이의 눈높이에 맞춰 철저히 관리한다. 이른바 ‘이른둥이 통합재활’이다.

스스로 숨쉴 때까지 돌봐 #
다양한 합병증 발생 막아 #
육체적 성장, 뇌 발달 도와

이화도담도담지원센터 박은애 센터장이 출산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난 이른둥이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정한

이른둥이 치료는 급성기 집중치료와 퇴원 후 재활치료로 나뉜다. 이른둥이는 면역이 약하고 신체 내부 장기 발달이 미숙한 상태에서 태어난다. 엄마의 자궁 속에서 머무르는 기간이 짧을수록, 출생 당시 체중이 적을수록 보다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급성기 집중치료는 우선 생존에 초점을 맞춘다. 이른둥이는 신체가 미숙해 체온을 유지하는 힘이 부족하다. 피하지방이 적고 머리가 커 상대적으로 열 손실이 많아서다. 이른둥이에게 인큐베이터는 제2의 집이다. 자궁과 같은 온·습도를 유지해 몸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폐는 다른 장기보다 늦게 발달한다. 자궁에서는 탯줄을 통해 숨을 쉬지만 출생할 때 접혀 있던 폐가 활짝 펴지면서 스스로 숨을 쉰다. 하지만 이른둥이는 폐가 완벽하게 펴지지 않은 채 태어난다. 혼자 숨쉴 수 있을 정도로 폐가 성숙할 때까지는 인공호흡기 치료를 병행한다.

인공호흡기 치료, 적절한 영양 공급

이 밖에도 적절한 영양 공급으로 신체 발달을 도와 혼자만의 힘으로 생존할 수 있는 상태까지 끌어올린다. 이대목동병원 이화도담도담지원센터 박은애(소아청소년과) 센터장은 “급성기 집중치료가 끝난 이른둥이는 갓 태어난 신생아와 마찬가지 상태”라고 말했다. 예컨대 출산예정일보다 2개월 일찍 태어난 이른둥이는 생후 5개월이 돼도 생후 3개월로 봐야 한다. 같은 생후 5개월이라도 이른둥이와 일반 영유아의 성장과 발달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다.

퇴원 후 재활치료는 삶의 질을 결정한다. 이른둥이는 이때를 잘 넘겨야 ‘따라잡기 성장’으로 빠르게 잘 자란다. 이화도담도담지원센터가 이른둥이 재활치료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 이른둥이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퇴원 후 재활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이화도담도담지원센터가 유일하다.

퇴원 후 재활치료는 크게 두 방향으로 나눠 진행된다. 첫째는 급성기 집중치료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합병증 관리다. 급성기 집중치료는 생존이 가능한 수준을 회복하면 일단락된다. 이른둥이는 각종 치료로 몸이 허약해진 상태다. 언제든지 몸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예컨대 가벼운 감기라도 호흡기가 약해 치명적인 폐렴으로 악화할 수 있다. 실제 2013년 신생아학회에서 전국 44개 병원에서 출생한 이른둥이 2351명을 대상으로 추적조사한 결과, 이 중 33%(778명)가 1년 이내 다시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응급실에 방문하는 비율도 31%에 달한다. 평소에는 크고 작은 병치레로 병원 외래를 오간다.

둘째는 일반 영유아와 비교해 벌어진 육체적 성장과 뇌 발달 격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시청각 등 감각기관을 깨우고 감각·운동 기능과 인지 및 일상생활 활동 능력을 체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학습한다. 이른둥이의 더딘 성장·발달을 돕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생후 36개월까지는 신체·두뇌 발달이 폭발적으로 이뤄지는 시기”라며 “어릴 때부터 개인별 수준에 맞춰 교육을 반복하면 더 잘 받아들여 이른둥이라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일 이른둥이 재활 프로그램

이화도담도담지원센터가 돋보이는 점은 또 있다. 부모 양육 지원과 가정방문 교육이다. 아이에 대한 치료·관리만으로는 아이가 정상적으로 자라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른둥이 부모는 대부분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낳았다는 자책감과 잦은 병원 방문으로 양육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양육하는 부모의 심리가 불안정하면 아이에게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이화도담도담지원센터는 이른둥이에게 나타날 수 있는 위기 상황과 대처법을 알려주고, 집집마다 방문해 가정별 환경을 점검·관리한다. 지난해에는 이른둥이 부모 모임을 만들어 친목을 도모하면서 양육 정보를 공유하도록 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비용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기아대책·한화생명에서 이화도담도담지원센터 운영을 위해 연간 3억원씩 지원한다. 이대목동병원과 이화여대는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인력과 장소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이른둥이 100여 가족이 이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박 센터장은 “이른둥이는 지속적인 통합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병원을 퇴원한 후에는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화도담도담지원센터 같은 곳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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