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해저터널은 한·일 인프라 공동체의 완결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 중앙일보·닛케이 공동 인터뷰

한국·일본 간 교역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11년 한 해 1080억 달러 규모이던 두 나라 간 수출·수입은 이후 매년 줄어들어 2015년 714억 달러까지 내려갔다. 지난해에는 718억 달러로 감소세가 멈췄지만, 수입이 살짝 증가세로 돌아선 것일 뿐 수출은 여전히 하락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극우성향으로 촉발된 양국 간 외교 갈등이 경제 분야로 이어진 탓이 크다. 한·일 통화 스와프 중단과 고위급 경제회담의 무기한 연기 등은 대표적 경제 갈등 사례다.

한·일 교역 규모 6년째 줄어들어 #이대로 가면 양국 모두 경제손실 #신산업 협력 어느 때보다 중요 #경협 확대되면 다른 문제도 풀릴 것

김인호 무역협회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경제수석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지만 정부의 역할보다는 기업의 자유와 경쟁을 중시한다. [장진영 기자]

김인호 무역협회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경제수석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지만 정부의 역할보다는기업의 자유와 경쟁을 중시한다. [장진영 기자]

김인호(75) 한국무역협회장은 지난 12일 중앙일보·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공동 인터뷰에서 한·일 무역이 줄어들고 있는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국제적 안목을 갖춘 지도자라면 한·일 관계의 과거·현재보다는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며 두 나라 지도자들의 자세 변화를 촉구했다.

김 회장은 ‘한·일 경제공동체 전도사’다. 양국의 돈과 물건은 물론 사람과 기술 등 모든 것이 장애를 받지 않고 교류하게 되면 양국 모두 안정과 번영을 누릴 수 있게 되고 과거사의 아픔도 치유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한·일 간 경제교류를 강조하는 이유는.

“아시아에서 인구 5000만 명, 소득 2만 달러 이상 되는 나라가 한국·일본밖에 없다. 두 나라가 협력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라는 얘기다. 역사적으로도 양국의 관계가 좋았을 때 양쪽 다 번영했다. 지금도 대외협력과 개방은 (무역으로 사는) 한국에 좋을 수밖에 없다. 일본 입장에서도 잃어버린 20년의 돌파구가 된다.”

위안부 합의 재협상 문제로 양국 관계가 계속 나빠지고 있다. (닛케이)
“위안부 문제는 정부 간 합의가 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이슈가 아니다. 아직 감정이 남아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현상을 너무 인위적으로 조기에 풀어나가려고 조급해서는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 나는 경제 협력관계가 지금보다 양적·질적으로 확대되면 다른 문제를 압도해 풀어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평소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주장했는데.
“해저터널은 양국 경제공동체 중 한 부분인 인프라 공동체의 완결판이라고 생각한다.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생각한다면 한·일 해저터널은 필요하다. 이게 완공되려면 공사 기간만도 10년이 넘게 걸리며, 기술 교류도 엄청나게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양국 정부·기업·금융간 엄청난 협력이 필요해진다.”
김인호 무역협회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경제수석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지만 정부의 역할보다는 기업의 자유와 경쟁을 중시한다. [장진영 기자]

김인호 무역협회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경제수석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지만 정부의 역할보다는기업의 자유와 경쟁을 중시한다. [장진영 기자]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이 필요한가.
“한·일 FTA는 FTA로만 끝나는 게 아니다. 양국 경제공동체로 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길이다. 동아시아권에서 가장 선진화된 두 경제권이 통합되면 세계경제에도 효과가 클 것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패권주의적 대국주의적 보호무역이 강해지는 지금은 신산업에 대한 한·일 간 FTA를 통한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한·일 FTA 협상은 양국간 정치·외교적 마찰로 2004년 11월 중단된 이후 최근까지 12년이 넘게 재개되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가 2%대 저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5월 대선 이후 다음 정권에서 해야 할 경제정책이 뭔가.(닛케이)
“기업가형 국가를 만들자는게 무역협회의 구호다. 국가경제의 주체는 기업이 돼야 한다. 기업이 유연하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비전만 제시해주면 된다.”
대선주자들 대부분이 재벌개혁을 얘기한다.
“한국 재벌을 얘기할 때는 역사의 관점 속에서 판단해야 한다. 과거 정부는 경제정책을 펼 때 기업을 앞세울 수밖에 없었다. 소위 ‘한국 주식회사’였다. 이런 정부 정책에 가장 잘 적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재벌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재벌도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 이슈, 선거의 구호로 재벌규제 강화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처럼 강한 대기업 규제정책을 하고 있는 나라가 없다. 기업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무혁협회장으로 양국 지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적어도 국가의 지도자라고 한다면 과거 현재 보다는 미래를 봐야 한다. 표만 보는 정치인은 좋은 정치인이 아니다. 특히 최근처럼 중국이 전체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며 급부상할 때는 이념적으로나 철학적으로 뜻을 같이 하며 경제교류를 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과 일본이다. 양국 지도자들이 좀 더 큰 틀에서 문제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