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안에 문재인 제압한다던 홍준표, 토론서 '이재명' '유시민' 부른 문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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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의 대선후보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TV토론 녹화 전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 4층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리허설 때 후보들은 정책을 설명하는 PPT(PowerPoint, 발표에 사용하는 문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노트에 열심히 뭔가를 적거나 PPT의 문장을 하나하나 소리 내 읽으며 화면을 향해 연신 미소를 지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역시 “(내) 설명이 끝나면 이거(리모컨) 드립니까? 여기 서면 됩니까?”라고 물으며 연신 진행 절차를 확인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의자에서 일어났다가 앉았다가 자세를 고쳐앉고, 넥타이도 매만졌다. 그는 “시간(타이머)은 뒤에 있나”라며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기도 하고, 리모컨을 누르며 “이게 (자료가 다음으로) 넘어가는 거고. 이게 백(back)이고”라며 재차 확인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카메라를 응시하고 대사를 홀로 연습했다.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열린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좌측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국회사진기자단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열린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좌측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서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가장 우측 끝에 앉은 문 후보는 가장 좌측에 앉은 홍 후보를 향해 “홍준표 후보 말씀 한번 해보십시오. (내가) 끝이라 안 들릴 수 있어서”라고 말을 걸었다. 이에 홍 후보가 “그래요? (문 후보) 신수가 훤합니다”고 답해 모든 후보가 웃음을 터뜨렸다.  안 후보는 유 후보에게 "TV토론 몇 번 해봐요?"라고 말을 건넸다.

리허설 때 홍 후보는 문 후보에게 "불편하지 않은 질문을 하겠다"고 했으나 토론이 시작되자 예상대로 강공을 폈다. 홍 후보는 과거 대통령 후보자 수락 연설에서 “문 후보와 (토론을) 붙여주면 10분 내 제압할 자신이 있다”고 호언장담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오히려 10초 만에 되치기를 당했다. 홍 후보는 초반부터 문 후보에게 “집권하면 북한에 먼저 가겠다는 말은 취소하겠느냐”고 공세적으로 나왔다. 이에 문 후보가 “북핵을 폐기할 수 있다면, 홍 후보는 (북한에)안 가겠느냐”고 받아치자 홍 후보는 당황한 듯 머뭇거리며 “공공일자리를 83만개 만들겠다고 하는데, 세금 나눠먹기”라고 말을 돌렸다. 문 후보는 “81만개”라고 숫자를 정정하며 여유 있는 미소를 보였다.

문 후보는 토론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이재명’으로, 유승민 후보를 ‘유시민’으로 잘못 발음하는 실수를 했다.

심 후보가 문 후보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죄를 받으면 사면을 않겠다고 이 자리에서 입장을 밝힐 수 있냐”고 묻자 문 후보는 잠시 망설이다 “이재명 부회장도 마찬가지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인데, 특정인에 대해 사면을 안 하겠다는 건 부자연스러운 정치”라고 답변했다. 이어 유승민 후보와의 토론에서도 “우리 유시민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주도권을 쥔 후보가 나머지 후보 중 3명에게 검증 질문을 던지는 주도권 토론에서는 심 후보, 문 후보, 홍 후보가 첫 질문 상대로 안 후보를 지목했다. 안 후보는 “지금 세 분 다 저부터 시작하는 걸 보니 제가 제일 주적인 것 같다”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안 후보는 토론회가 끝난 후 “서로 가진 생각을 국민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며 “가능하면 매일 이런 토론을 통해 국민들이 충분히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도 "오늘 토론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만족한다"면서 방송국을 떠났다.

한편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제가 안 후보를 지지한다는 건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문 후보를 허위사실공표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문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김진태·윤상현 의원이 안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냐. 자기들 힘으론 안 되니 대비로 안 후보를 지지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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