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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윤곽 드러낸 미국과 중국의 '빅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빅딜'의 윤곽이 드러났다.

트럼프, 환율조작국 미지정으로 '무역' 선물 #시진핑은 확실한 북한 압박 조치 약속한 듯

핵심은 미국이 무역을 중국에 양보하고, 대신 중국에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압박을 맡기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선 대선 기간 중 내걸었던 주요 무역분야 공약까지 뒤집으며 북한 문제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의 '빅 딜' 협상에 진전이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이 북한을 제대로 다룰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글을 남긴 것이다. 다만 “중국이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동맹과 함께 미국이 하겠다”며 ‘독자 해법’의 여지는 남겼다. 중국으로부터 확답을 얻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앞서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주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눈 북한 관련 대화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나도 지금 같은 (대 중국) 무역적자가 계속되길 원치 않는다. 그러나, 당신은 무역에서 휼륭한 딜(deal·거래)을 원하지? 그럼 북한 문제를 해결하라. 북한 문제를 풀어만 준다면 (미국은) 무역적자를 감수할 수 있다."


트럼프는 또 이번 주 나올 재무부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선물'도 내놓았다.

그는 대선 기간 내내 "중국의 환율조작은 끔찍하다"며 당선 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트럼프는 "왜 핵심 공약(무역적자 해소,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을 철회했느냐"는 WSJ의 질문에 "중국이 최근 수개월 간 환율조작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지금 환율조작국 지정을 하면 북한 위협과 관련한 중국과의 대화를 위태롭게(jeopardize)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의 협력에 집중하는 게 (공약 지키기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북한 문제를 그만큼 긴급한 현안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유권자에게 입만 열면 '일자리'와 '무역불균형 해소'를 외치는 트럼프가 '무역적자 감수라는 '통 큰 양보'를 했다면 그 만큼의 화끈한 파격 조치를 중국에 요구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시 주석이 13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1시간 넘는 '전화회담'을 한 것도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향후 대략적인 구상을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가 (12일) 전화통화에서 시 주석에게 '당신은 그런 나라(북한)에게 핵이나 핵무기를 갖도록 허락해선 안 된다. 대량 말살이 있을 것이다. 김정은은 (핵 무기)운반 시스템이 아직 없지만 곧 갖게 될 것이다. 그건 쉬운 일이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시 주석에게 "빨리 조치를 마련하라"는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옵션'도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란 점도 시 주석에 내비쳤다. 칼빈슨함이 한반도로 경로를 변경한 것에 대해 "북한의 추가행동을 막기 위한것"이라고 전하면서 시 주석에게 "당신이 김정은에게 '미국은 항공모함 뿐 아니라 핵잠수함도 가지고 있다'는 걸 알려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이 북한 문제에 우리(미국)을 돕고 싶어한다고 본다. 그는 옳은 일(right thing)을 하고 싶어한다. 그가 그렇게 할 지 안 할지 지켜보겠다"며 시 주석을 치켜세웠다. 

또 "중국의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 어제, 오늘 북한에서 중국에 석탄을 싣고 온 수많은 배들이 중국이 거부해 (북한으로) 돌아갔다. 이건 큰 움직임(step)"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초점은 '빅딜'의 다른 한 쪽인 '중국의 대북 조치'가 언제, 어느 정도 수위에서 나올까 하는 점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는 시점에 ^대북 원유 공급망 차단 ^중국 자체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에 준하는 대북 제재 실시 ^중국 내 북한 노동자 고용금지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 트럼프는 이날 "(향후 이뤄질) 많은 조치들에 어떤 것이 있는지 난 안다"고 했다. 

시 주석이 이미 귀띔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중국이 시간을 끌거나 트럼프의 기대에 못미치는 카드를 내놓을 경우 대북 해법은 다시 원점에서 꼬이게 될 공산이 크다. 또 북한이 미국·중국의 공동작전에 개의치않고 핵 질주를 계속 할 경우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아직 절반도 가지 못한 셈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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