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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이티드 항공, 세기의 소송 휘말리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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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에서 오버부킹을 이유로 내릴 것을 요구받은 승객이 이를 거부하자 보안요원에 의해 기내에서 끌려나가고 있다. [사진 유튜브]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에서 오버부킹을 이유로 내릴 것을 요구받은 승객이 이를 거부하자 보안요원에 의해 기내에서 끌려나가고 있다. [사진 유튜브]

비행기에서 강제로 끌려나간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 데이비드 다오(69) 박사가 막강한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소송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고 시카고 트리뷴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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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주말 미국 시카고발 루이빌행 유나이티드 항공 기내에서 좌석을 포기하라는 항공사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제로 끌려나가다 부상을 입고 시카고 병원에 입원중이다.

강제 퇴거 피해자 다오 박사 막강 변호인단 #항공사 및 시카고시 관련 자료 보존 요청

다오 박사는 변호인단을 통해 유나이티드 항공과 시카고 시가 확보한 모든 관련 영상과 조종석 기록, 기타 비행 관련 자료, 강제 퇴거에 가담한 관련자들의 인사 기록 등을 보존 조치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소송 대상은 항공사 뿐 아니라 시카고 시도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승객들의 강제 퇴거 집행 과정에 시카고 시 항공국 소속 보안 요원 2명 이상이 가담했기 때문이다.

개인 상해 분야 소송에서는 최고로 꼽히는 토머스 데메트리오(70) 변호사와 기업 상대 소송 전문 스티브 골란(56) 변호사가 이번 사건을 맡았다. 특히 데메트리오 변호사는 미국 법률 전문 매체 '내셔널 로 저널'이 선정한 미국 톱 10 변호사에 오른 바 있는 베테랑 법조인이다. 2002년 존 핸콕 센터에서 비계 사고로 희생된 3명의 사망자와 7명의 부상자의 변호를 맡아 총 853억원(7500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아낸 전력이 있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최고경영자(CEO) 오스카 무노즈는 12일(현지시간) ABC뉴스 '굿모닝 아메리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또 "우리는 앞으로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을 내리기 위해 공권력을 동원하는 강제 집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스카 무노즈 유나이티드 항공 CEO. [사진 ABC 뉴스 캡처]

오스카 무노즈 유나이티드 항공 CEO. [사진 ABC 뉴스 캡처]

또 사건 초기에 자사 직원을 두둔했던 데 대해서도 "나의 초기 대응은 부끄러움을 진정으로 표현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사건 다음날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해당 승객은 무례하고 호전적이었다"며 앞으로도 그렇게 대처하라고 독려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전세계적으로 여론이 악화되고, 주가 마저 폭락하자 그 다음 날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강제로 끌려나간 승객에게 깊이 사죄한다. 어떤 승객도 이렇게 잘못 대우받아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바꾼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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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이티드 항공은 사건이 있던 당일, 더 늦은 항공편으로 갈아탈 자원자 를 찾다가 아무도 나서지 않자 네 명을 지정해 퇴거를 종용했다. 다오 박사의 경우 끝까지 이를 거부하자 시카고 항공국 소속 보안요원을 불러 비행기에서 강제로 끌어냈다. 그 과정에서 안경이 벗겨지고 피를 흘리는 등 봉변을 당하는 영상이 인터넷에서 퍼지면서 전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공교롭게도 유나이티드 항공이 내쫓은 네 명 모두 아시아계라 인종차별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미국에서 통상 오버부킹 등으로 자리가 모자랄 때 항공사는 티켓값과 연착 시간에 따라 최대 150만원(1350달러)까지 보상해준다. 미 항공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주요 항공사에서 90% 이상의 승객이 자발적으로 자리를 양보했다. 무노즈는 ABC 뉴스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인센티브 프로그램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나이티드 항공 대변인 찰리 호버트는 문제의 항공기에 탑승했던 승객 70명에게 티켓값을 배상해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나이티드 항공의 평판은 이미 땅에 떨어진 듯하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당초 통상적인 오버부킹(승객이 나타나지 않을 것에 대비해 10%가량 예약을 더 받는 것)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자사 승무원을 네 명 더 태우기 위해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는 것이 밝혀진 뒤라서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또다른 갑질 사례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두명의 십대 소녀가 레깅스를 입었다는 이유로 탑승 거부를 당한 지난달 사례를 들어 한달 새 두번째 재앙에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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