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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아동 성착취한 UN평화유지군 처벌 안 받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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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1호(Victim No.1)'으로 불린 아이티 소녀가 스리랑카인 유엔평화유지군과 첫 성관계를 한 건 겨우 12살 때였다. 

'피해자 9호' 소년의 시련이 시작된 건 15살 때의 일이다. 이후 3년간 100명 이상의 스리랑카 평화유지군과 성관계를 했다고 9번 소년은 증언했다. 나흘에 한번 꼴이다. 

AP통신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9명의 아이티 어린이들이 적어도 134명의 스리랑카 평화유지군이 연루된 성착취에 시달렸다는 UN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아이티의 피해 어린이들은 1980년대에는 휴양지로 유명했으나 이제는 폐허가 된 리조트에 살고 있다. 고아나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등이 모여사는 곳이다. '피해자 1호' 등의 번호로 불리는 아이들은 그곳에서 다른 피해자들을 만났다. '피해자 8번' 소년은 이모 등이 가져다주는 음식을 다른 친구들과 나눠 먹었지만 그들은 자주 배가 고팠다.

AP통신 UN 내부 보고서 인용 보도 #2004~2007년 134명이 성범죄 저질러 #본국 송환된 114명 중 투옥은 0명

얼마 뒤 도시의 안정을 위해 평화유지군이 도착했고, 스리랑카군의 기지가 아이들이 살던 곳 근처에 구축됐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 2호'는 "콧수염이 있고 금반지를 낀 뚱뚱한" 스리랑카 사령관과 적어도 3번 이상 성관계했다 UN 조사팀에 증언했다.
'피해자 3호'는 사진을 보고 11명의 스리랑카 군인을 찾아냈다. 소녀는 그중 한 명은 겨드랑이와 허리 사이에 총상 흉터가 있다고 말했다.

14살이던 '피해자 4호' 소녀는 돈이나 쿠키·주스를 받고 매일 군인들과 성관계를 했다고 증언했다. '피해자 8호' 소년은 20명 이상의 스리랑카 군인과 성관계를 했는데, 그들은 대부분 소년을 트럭으로 밀어넣기 전에 이름표를 제거했고 구강성교나 항문성교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쿠키나 단돈 몇 달러를 성관계 대가로 받았다. 아이티 법에 따르면, 18세 이하와 성관계를 하는 건 성폭행으로 간주된다. UN 행동 강령 역시 이와같은 착취를 금지한다. 이와 관련해 114명의 군인이 본국에 송환됐지만 성범죄로 감옥에 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AP통신은 자체 조사 결과 전세계에 파견된 유엔평화유지군과 유엔 직원이 성범죄나 성착취에 연루됐다는 증언은 지난 12년간 약 2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저지른 범죄 혐의는 300건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지면 겨우 일부만 투옥됐을 뿐이다.

유엔의 성범죄가 도마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3월 평화유지군의 위법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AP통신은 유엔은 10여 년 전에 이미 비슷한 조치를 발표했지만 대부분 실현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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