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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 태양절 앞두고 운수 '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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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절을 앞두고 평양 김일성광장에는 저녁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히고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태양절을 앞두고 평양 김일성광장에는 저녁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히고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당국이 김일성 탄생 105돌(4월 15일)을 맞아 진행하는 다양한 행사준비로 인해 주민들의 피로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주민들이 “15일이 최대명절인데 토요일이고 그 다음날은 원래 휴식일인데 일요일이라 4월 운수는 ‘꽝’”이라며 제대로 쉴 수 없어 아쉬워한다고 한다.

북한은 ‘태양절(김일성 생일)’과 ‘광명성절(김정일 생일)’에 당일과 그 다음날을 포함해 이틀간 쉰다. 김정일이 김일성의 생일 62주년인 1974년 4월 15일을 맞아 김일성의 생일을 민족최대의 명절로 지정하면서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들은 4월 달력을 펼치면서 우선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있다. 4월 15일이 무슨 요일인지 여부다. 올해처럼 16일이 일요일이면 연중 휴식일이 줄어들어 “재수가 없다”고 투덜댄다.  

북한은 한국처럼 ‘대체휴일제’가 없는데다가 노동력 동원 전투가 꼬리를 물어 휴식일마저 일요일이면 고달픈 생활이 더 힘들어진다.

지난해는 연초부터 70일 전투에 이어 5월에는 200일 전투를 진행했다. 올해는 하루에 만리(萬里·약 4000km)를 달리자는 김정은의 ‘만리마(萬里馬)속도’ 열풍 속에서 오는 15일 완공 예정인 여명거리건설을 위해 평양시민 전체가 일요일 휴식도 없이 달렸다. 북한 관영매체들도 “직장인, 전쟁노병, 인민반원들까지 여명거리건설장에 달려 나와 지원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 10일 김정은 정권의 건재를 과시할 목적으로 200여명의 외국기자들을 대거 초청했다. 외신들의 눈을 의식해 ‘거리꾸리기’, ‘인민반(우리의 통·반과 비슷한 조직) 꾸리기’에 평양시 주민들이 아침과 밤마다 동원되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김일성광장에서 열리는 대규모행사를 앞두고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수십만의 평양시민들이 여러 가지 색깔의 꽃다발을 들고 ‘바닥행사’라고 불리는 행사를 연습하느라 일요일에 거의 쉬지 못하고 있다.

평양시민들은 이번 태양절 휴일 이틀 동안도 편히 쉴 수 없다. ‘만수대 동상 꽃다발 증정’, ‘김일성화 전시회’방문, ‘광장 야회’, ‘4월의 봄 인민예술축전 공연’관람 등 모든 것을 조직별로 행사를 준비하다보니 몸이 열개라도 감당하기 어렵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은 혹시 이전처럼 명절 끝나고 하루 더 휴식을 주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당국은 1995년에 노동당창건 50주년 행사준비에 시달려 온 주민들을 달래려고 평양시 행사 참가자들에게 행사 다음날인 노동일을 휴일을 선포했다.

김수연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kim.suye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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