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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 제약기업] 연구개발 자금력 든든 개방형 혁신 체질 튼튼 글로벌 신약 개발 선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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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수는 해외 임상시험

세계 1위 제약기업인 노바티스의 연 매출액은 60조원에 이른다. 국내 1위인 유한양행은 1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친다. 60배에 가까운 차이는 ‘연구개발(R&D)’에서 비롯된다. 신약 개발로 큰 이익을 얻고 이를 다시 R&D에 투자해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는 선순환을 이어가는 것이다. 60대 1의 격차를 따라잡기 위한 전략도 R&D에서 시작된다. 혁신형 제약기업 47개사가 R&D 투자를 올해 20%나 늘린 이유다.

글로벌 제약기업 9곳(노바티스·존슨앤존슨·머크·화이자·사노피·아스트라제네카·GSK·BMS·일라이릴리)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평균 19.2%에 달한다. 제약사 한 곳당 연평균 7조원을 R&D에 투입하는 셈이다. 국내 제약기업의 경우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다만 장기적인 성과를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실제 2000년대 중반까지 국내 제약사의 R&D 비중은 매출액의 5%에 그쳤다. 복제약으로도 영업만 잘하면 얼마든지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2010년 이후 연구개발의 필요성이 업계 전반에 대두하면서 그 비중은 현재 9%까지 높아졌다.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한정하면 이보다 높은 14% 수준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보건복지부의 인증을 받은 곳은 총 47곳.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이들이 올해 투자하기로 한 R&D 비용은 1조2000억원이다. 지난해(1조원)보다 20% 증가한 규모다.

 R&D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셀트리온이다. 이미 지난해 매출액의 39.3%인 2639억원을 투자했다. 한미약품이 18.4%(1625억원)로 뒤를 잇는다. 녹십자는 11.3%(1170억원), 대웅제약은 14.6%(1165억원), 종근당은 12.2%(1022억원), 동아ST는 13.0%(726억원)를 각각 투자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주요 제약업체의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는 오히려 늘었다”며 “R&D 투자를 늘리자는 분위기가 자리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중소기업·스타트업 상생

R&D 투자 확대와 함께 국내 제약업계가 체질 개선을 위해 주력하는 과제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다. 제약산업은 대기업·중소기업·스타트업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성공하는 산업이다. 미국·스위스·영국 같은 주요 제약 선진국도 기초연구는 스타트업·중소기업이, 개발·상용화는 대기업이 분담하는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한미 오픈 이노베이션 포럼’을 구축하고, 신생 제약·바이오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투자회사 ‘한미벤처스’를 설립했다. CJ헬스케어는 바이오벤처 ANRT와 이중타깃항체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공동연구에 그치지 않고 지분투자까지 병행해 관계를 공고히 했다. 유한양행은 국내 기업 이뮨온시아·파멥신, 미국 기업 소렌토·네오이뮨텍·제노스코 등에 총 352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연간 1280조원 규모 글로벌 시장 직접 공략

제약업계는 이 같은 노력을 통해 20조원에 못 미치는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128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실제 각 기업 신년사에서 한미약품·녹십자·대웅제약·동아ST·보령제약·셀트리온 등이 글로벌 시장 진출 및 안착을 우선과제로 제시한 상태다.

승부수는 미국·유럽 등 제약산업의 본토에서 진행하는 임상시험이다. 글로벌 시장에 직접 승부를 걸고 있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면역질환 치료제 ‘포셀티닙’, 항암신약 ‘포지오티닙’의 2상 임상시험을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 스펙트럼과 공동개발 중인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에플라페그라스팀’은 지난해 마지막 임상시험인 임상 3상에 돌입했다. 동아ST는 기능성 소화불량 치료제 ‘모티리톤’의 해외 수출을 위해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DA-9801’은 임상 2상을 완료하고 3상 진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 신약 ‘YKP3089’의 2018년 미국 시장 출시를 목표로 글로벌 임상 3상에 돌입했다. 셀트리온도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관련 10여 가지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오리지널과 비슷하다는 수준을 뛰어넘어 오히려 더 좋다는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다.

 대웅제약·종근당·보령제약은 인도·브라질·중국·러시아·중남미 등 ‘파머징 시장(Pharm+Emerging, 제약산업 신흥시장)’ 공략에 나섰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파머징 시장은 2021년까지 연평균 6~9%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파머징 시장의 경우 제네릭(복제약) 비중이 80%에 가까워 가격·품질 경쟁력만 확보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보령제약은 자체 개발한 고혈압 치료 신약 ‘카나브’를 중남미·러시아·중국·동남아에 수출하고 있다. LG화학은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를 중남미 23개국과 신흥국 79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중국 진출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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