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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이화여대 학사비리, 유라는 책임 없어…명문대 이렇게 만들어 죄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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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계신 이화여대 관계자분들이 이런 일을 겪게 해드린 것에 대해 정말 사과 드립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12일 열린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학사비리' 사건 첫 재판에서 최씨가 사과했다. 최씨는 최경희 전 총장과 남궁곤 전 입학처장 등과 함께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갈라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던 최씨는 “명문대인 이화여대를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하고는 울먹였다.


 최씨는 그러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통해 입학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최씨는 "입학 전엔 이화여대에 아는 사람도 없었다. 몇 년만에 승마 특기생을 뽑는다고 해서 막판에 원서를 넣은 것 뿐인데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사비리의 책임은 딸이 아닌 본인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라는 독일에서 유학하길 원했고 학교에 가길 원하지 않았다. 2학기에 휴학하려고 했더니 교수님들이 그냥 수강하는 걸 권해서 그런 거지 그런 뜻은 없었다"고 말했다. 학점 관련 특혜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최씨는 "유라가 청담고에서 퇴학처분을 받아서 중졸이 된 것에 대해서도 부모로서 마음이 그렇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재판부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최 전 총장도 "최순실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최 전 총장은 “이런 변명을 해서 죄송하지만 최순실이란 이름도 몰랐고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다. 관리자로서 책임져야할 것은 져야하지만 잘 살펴서 판단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당시 우수 학생 유치가 학교 정책이었다. 현실적으로 우수한 학생은 외국에서라도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비화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기춘 등 '블랙리스트' 재판에 실무자 첫 증언 #"공무원에겐 청와대가 가장 강력해 저항 못해"

 한편 이날 다른 법정에서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의 재판에선 ‘블랙리스트’를 전달 받아 실행한 문체부 실무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오모 전 문체부 예술정책과장은 “청와대 행정관이 보낸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과 지시사항을 문체부 국장을 통해 받았다. 이후 지역 보조금 등을 배분하는 사업을 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명단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오씨는 “왜 청와대의 지원배제 요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냐”는 특검팀 측의 질문에 “공무원에게는 BH(청와대)가 가장 강력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지시를 거부할 수 없고 그대로 이행해야 하는 구조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있다고 (상관에게) 지속적으로 보고했지만 BH와 연결됐기 때문에 저항을 생각할 수 없었고, 이는 과장과 국장도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였다.


 오씨는 문화·예술 분야를 오랫동안 담당해온 공무원으로서 가졌던 자괴감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10년 이상 이 분야에서 근무하면서 문화·예술인들이 정부 지원이 없으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굉장히 괴로웠고, 당시 집행 사무관으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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