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구하기 좀 더 쉬워지나...“3~4개월 더 지켜봐야” 신중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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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내수, 투자 경제 각 부문에서 조금씩 회복세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3월 고용 사정도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은 경기 회복의 최종 걸림돌로 인식돼 왔기 때문에 이번 지표 호전에 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26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6만6000명 증가했다. 2015년 12월(49만5000명 증가) 이후 최대폭의 증가다. 

취업자 및 고용률

취업자 및 고용률

특히 주목할 만한 건 도매 및 소매업(11만6000명 증가)에서 증가 폭이 컸다는 점이다. 김이한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서비스업 생산 개선 흐름, 경제 심리 반등과 도소매 및 교육서비스업 등의 기저효과가 결합하면서 취업자 증가 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다른 영역에서 불어온 경기회복의 봄바람이 고용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3월 취업자수 46만명 증가...15개월래 최대폭 #실업률도 4.2%로 0,1%포인트 하락 #경기회복 훈풍에 도소매업 취업자 11만명 늘어 #“불안 요인 상존해 속단은 금물”

 실제 올해 들어 경기 회복의 징후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월별 수출액은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증가했고, 이달 들어서도 1~10일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증가했다. 올 1~2월 광공업 생산도 전 분기 대비 1.9% 늘었고 설비투자는 3% 늘었다. 수출과 달리 계속 하락하기만 해 속을 태웠던 소비(소매판매)도 2월에는 전달보다 3.2% 증가하면서 깜짝 반전했다. 세금도 잘 걷히고 있다. 올 1~2월 국세 수입은 46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조6000억원 늘었다. 

신중하기만 했던 정부 관계자들도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조금씩 나타내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도 11일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수출과 생산, 투자가 동반 회복세를 보인다”며 “올 1분기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전 분기대비 0.5%)보다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지표들도 좋다. 취업자가 늘다 보니 고용률도 60.2%로 전년 동월 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3월 기준으로는 1997년(60.2%) 이후 20년 만의 최고치다. 경제협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6.1%로 1.0%포인트나 상승했다.

 관심도가 좀 더 높은 청년층(15~29세) 고용률도 41.8%로, 전년 동월 대비 0.8%포인트 상승했다. 3월 기준으로는 2007년(42.1%) 이후 10년 만의 최고치다. 실업자 수도 114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만2000명 감소했고 실업률도 4.2%로 0.1%포인트 하락했다. 청년층 실업률 역시 11.3%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실업자 및 실업률

실업자 및 실업률

 하지만 향후 고용 사정 회복의 본격 신호탄으로 보긴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고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 취업자 수는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8만3000명 감소하면서 지난해 7월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이어갔다. 

자영업자가 561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7000명 증가했다는 것도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이른 퇴직으로 새 일자리를 찾으려는 중장년이 늘고 있는데 기업이 중장년 일자리 확대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창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자영업자가 계속 늘고 있는 건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건설업의 경우에도 3월 취업자 수가 16만4000명이나 증가했지만 일시적 현상이라는 풀이가 우세하다. 김이한 과장은 “2015년 분양 호조기의 준공물량 마무리 단계 공사에 따른 일용직 고용 확대로 취업자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성재민 실장은 고용률이 조금 높아졌다고 ‘일자리 구하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본격적인 신호로 해석하는 건 시기상조이며 실업률도 소폭 하락한 정도라 때문에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다”라며 “만약 이런 흐름이 3~4개월 정도 더 지속된다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가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한 과장도 “올해 들어 고용 상황이 예상보다는 양호한 모습이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구조조정 영향 등 여전히 불안한 요소들이 상존해 있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일자리 예산 조기집행, 소비·투자·수출 등 부문별 활성화 방안, 청년고용 보완대책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진석·장원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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