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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5대 파워라인'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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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각 정당의 선거대책위원회가 닻을 올리고 있다. 대통령후보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윤곽이 드러나는 중이다. 선대위 멤버들은 미리보는 '섀도캐비닛(예비내각)'일 수도 있다. 중앙일보는 3회에 걸쳐 대선후보 주변을 둘러싼 핵심인사들이 누구인지 점검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선대위는 1000여명의 교수와 전직 공무원과 정치인 등이 총집결한 ‘매머드 선대위’다. 이중에도 핵심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5대 ‘파워라인’이 중심이다.

선거의 컨트롤타워

선거의 컨트롤타워는 인천시장 출신의 4선 송영길 의원이 경선캠프에 이어 본선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는다.

송 의원은 취임 첫날 문 후보가 제시했던 ‘81만개 일자리’ 공약을 비판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문 후보는 당시 “후보는 저입니다”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지만, 경선을 거치며 송 의원에게 두터운 신뢰를 보내고 있다. 특히 고고도미사일(THADDㆍ사드) 체계 등이 선거의 주요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당내 ‘중국통’으로 불리는 송 의원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경선캠프에서 상황실장을 맡았던 강기정 전 의원이 총괄부본부장으로 그를 돕는다.

송 의원을 지원하는 그룹은 전ㆍ현직 의원들로 구성된 특보단이다. 문 후보와 가까운 김태년 의원을 중심으로 구축된 특보단은 중립성향의 민병두 의원이 공동총괄특보단장으로 합류하며 균형을 맞췄다. 민주당은 11일 선관위 추가 인선을 발표하면서 “비서실과 특보단은 후보의 고유 영역으로 발표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특보단은 문 후보의 ‘친위부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이날 비서실을 통해 별도로 발표된 특보단 인선에서는 전해철·김영주 의원이 공동조직특보단장을 맡았고, 전현의 의원이 직능특보단장에 임명됐다.

조직을 책임진 노영민

문 후보는 올해 초 ‘어려울 때 의견을 구하는 사람’을 묻는 질문에 지체 없이 ‘노영민’이라고 답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그는 이번엔 총선 불출마 뒤 조직을 챙겼다. 대선 재수의 중추가 된 직능조직 ‘더불어포럼’(정동채 전 문화부 장관 등 23인 공동대표)의 성립과 관리에도 관여했다.

노 전 의원의 공식직함은 공동조직본부장이다. 이재명 시장을 도왔던 문학진 전 의원과 호남을 지역구로 둔 김영록 전 의원과 공동 체제다. 그러나 역할은 직함을 넘어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후보의 한 핵심측근은 “문 후보를 돕는 전ㆍ현직 의원이 노 본부장을 중심으로 한 조직체계를 이루고 있다”며 “캠프가 항공모함이라면 노 본부장이 이끄는 호위함이 본선보다 더 크다”고 설명했다. 노 전 의원은 이러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지역별 당내 경선 결과를 1~2% 오차 범위로 예측해 문 후보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한다. 그는 본지에 “안철수 후보의 추격이 거세지만 여전히 5% 이상 앞서 있고 실제 선거는 7~8% 정도의 승부가 될 것”이라며 말했다.

조직본부는 오영식 전 의원이 수석부본부장을 맡았고 어기구ㆍ권칠승 의원, 백원우ㆍ한병도 전 의원 등 친노ㆍ친문 성향의 부본부장이 주축을 이룬다.

측근 비서실 라인

지난 대선에서 측근 3인방으로 불린 ‘원조 3철(이호철ㆍ전해철ㆍ양정철)’ 대신 ‘신(新) 3철’이 등장했다.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을 비롯해 안희정 충남지사를 도왔던 윤원철 전 청와대 행정관과 이재명 시장을 도왔던 장형철 전 행정관이 나란히 비서실 부실장을 맡으면서다. 이들의 이름 끝자 역시 ‘철’이다.

이들을 총괄하는 비서실의 실세는 임종석 전 의원이다. 임 전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을 도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맡았다. 그러다 문 후보가 “임 전 부시장을 무조건 모셔오라”는 지시를 내려 삼고초려 끝에 영입해온 케이스다.

임 실장은 본지에 “비서실장은 후보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후보부터 마음을 열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며 밤늦게 소주를 사들고 문 후보의 집에 찾아가 오래 얘기를 나누고 나서 비서실장직을 맡았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과거 ‘비선실세’로 불린 양정철 전 비서관에게 부실장 직함을 주고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는 “어차피 선거에 뛸 사람을 숨기면 오히려 논란만 키운다”며 문 후보를 설득했다.

오랫동안 ‘문재인의 입’을 맡아온 김경수 의원도 최측근 그룹이다. 문 후보의 '새 입'은 박광온 공보단장이 맡았다. 당 대표 시절부터 문 후보의 메시지를 맡아온 신동호 메시지팀장과, 동선을 책임지는 송인배 일정총괄팀장도 핵심으로 꼽힌다. 비문 출신 이춘석 의원은 문 후보와 국회의 가교 역할을 할 '원내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캠프의 브레인 상황본부

종합상황본부는 캠프의 공식 브레인이다. 선거와 관련된 모든 정보의 집결지이자, 대응방안을 결정해 각 선거조직에 지침을 내리는 핵심 조직이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캠프를 재편하면서 김민석 전 의원을 본부장에 임명했다. 그는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32살이던 1996년 15대 총선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2010년 지방선거 때는 선대본부장을 맡았다. 김 전 의원이 이끌던 ‘원외 민주당’은 지난해 민주당과 합당했다.

김 전 의원을 추대한 사람은 합당을 주도한 추미애 대표다.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추 대표는 “상황실을 친문이 맡으면 용광로 선대위의 명분이 희석된다”며 그의 인선을 고집했다. 그 바람에 최고위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문 후보가 “인선을 놓고 어떤 잡음도 있어선 안 된다”고 경고를 하고서야 봉합됐지만 여진은 남아 있다.

상황1실은 문 후보의 ‘신복심’으로 불렸던 최재성 전 의원이 실장을, 이재명 성남시장을 도왔던 김영진 의원과 김병기 의원이 부실장을 맡았다. 2실장은 노무현정부 법무비서관 출신인 박범계 의원이, 부실장은 문 후보의 측근인 윤건영 전 청와대 비서관이다.

김 전 의원은 본지에 “경선캠프에서는 상황실 업무의 연속성을 주장했지만 당 중심의 선거를 치르려면 오히려 안희정ㆍ이재명 캠프를 포괄할 사람이 더 필요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브레인 그룹 ‘국민성장’

지난 대선에서 문 후보를 도왔던 교수 그룹은 2013년 봄부터 ‘재수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등 7명의 교수와 학자를 중심으로 서울 강남의 한 카페의 정기모임으로 시작된 자문그룹은 ‘7인회’로 불리며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주축이 됐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성장에 참여한 인원은 1000명에 달한다. 문 후보가 일찍부터 이들과 토론을 하며 정책을 준비해왔다. 스스로 “준비된 후보”라고 자부하는 배경이다.

국민성장은 주류 경제학자인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소장으로 영입하며 균형을 갖췄다. 부소장으로 참여한 조대엽 원장을 비롯해 연구위원장인 김기정 연세대 교수, 안보·외교 분과를 담당하는 서훈 전 국정원 차장, 경제를 맡은 김현철 서울대 교수 등이 핵심이다. 서 전 차장은 이날 발표된 당 선대위 인선에도 안보상황단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민성장과 캠프를 연결하는 ‘고리’는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정 전 대변인은 싱크탱크와 캠프의 정책본부장을 맡은 윤호중 의원, 김용익 전 의원과의 조율을 담당해온 핵심인사다.

이밖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던 김광두 전 국가미래연구원장이 준독립 기구인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를 맡은 것을 비롯해 전직 외교관 기구인 ‘국민아그레망’ 등도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강태화ㆍ유성운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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