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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때의 열기는 간데없고…|사양길 걷는 프로축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호남팀창단의 백지화에 이어 현대팀의 해체발표로 최악의 국면에 접어든 프로축구가 8일의 포철-유공전을 마지막으로 쓸쓸히 87시즌을 접었다.
프로경기를 관장하는 프로축구위원회의 발족과 함께 형식적이긴 하나 연고지제의 도입등 필요한 골격을 갖췄으며 각팀의 간판스타들이 대표팀에 차출되지 않고 전경기에 출전했음에도 87프로추구대회는 여전히 관중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총 80게임을 치르는 동안 그라운드를 찾은 관중은 모두 25만3천여명으로 게임당평균 3천1백여명에 불과했다.
프로야구의 게임당 평균5천3백여명과 비교해보면 상당한 차이.
월드컵대회등에 쏠렸던 국민적 관심과 83년 프로축구(슈퍼리그)출범초기의 뜨거운 분위기에 비추어보면 축구가 원래부터 인기가 없는 종목인 때문은 아니다.
왜 프로축구는 조락(조락)의 길을 걷고 있는가.
이는 전반적인 행정운영을 맡고 있는 축구협회 및 프로축구위, 그리고 각구단의 무능과 무관심에서 기인했다는 것이 중론.
축구협회등 행정책임기관은 프로축구 활성화를 위해 선도적 역할은 못할 망정 졸속행정과 단견으로 횡포를 일삼아 각 프로팀의 사기를 저하시켜왔다.
신생팀창단을 유도하기는 커녕 있는팀(할렐루야)도 앞장서 해체했고, 무분별하게 각팀 선수들을 차출했으며 건설적인 제반건의의 묵살, 원칙없는 포상과 처벌도 자주 있어왔다.
자질없는 심판들이 경기를 망쳐도 속수무책이었고 프로경기를 서울에서 한차례도 열지 못할만큼 고위차원의 섭외능력도 없었다.
각 프로팀도 대우와 포철등 구단주가 축구에 관심을 갖고있는 일부 구단을 제외하고는 마지못해 팀을 이끌어왔다.
연고지에 전용구장 하나 마련치 못한것은 물론 팬확보책이나 홍보서비스등 축구붐을 일으키는 일에는 소홀했던 반면 팀성적 올리는데만 급급, 과열스카우트와 판정시비등으로 그나마 찾아든 관중들마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프로축구 구단의 1년 운영비는 줄잡아 10억원.
운영비에 비해 스카우트에 들어가는 비용부담이 너무 크다.
이러한 적자폭은 해마다 늘어나 구단살림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프로축구는 야구와 달리 국내굴지의 대기업들이 참여, 운영여건이 비교적 좋은 편이지만 현상태로 가면 팀이 늘어나기는 커녕 오히려 팀이 줄어들지 모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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