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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명 중 1위 4명 "남을 위한 음악하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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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3회 중앙음악콩쿠르가 10일 막을내렸다. 중앙일보ㆍJTBC가 주최하고 KT&G가 후원한 중앙음악콩쿠르는 소프라노 조수미, 베이스 연광철, 피아니스트 김대진 등 스타 연주자들이 거쳐간 대회다. 올해는 452명이 참가했으며 7개 중 4개 부문에서 1위 수상자가 나왔다. 총 입상자는 16명이다. “감동을 주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한 1위 수상자들의 소감과 포부를 들어봤다.

10일 막 내린 43회 중앙음악콩쿠르 1위 입상자들 #첼로ㆍ바이올린ㆍ플루트ㆍ여자성악에서 1위 나와 #총 452명 참가, 16명 입상

"홈스쿨링 하며 마음껏 음악 공부"

첼로1위

첼로1위


첼로 부문 1위 정우찬(18ㆍ한국예술종합학교2)군은 결선 진출자 셋 중 가장 어렸지만 2위 없는 1위를 했다. 압도적 우승이다. 콩쿠르 경험도 많지 않고 중앙음악콩쿠르는 처음 출전했다. “결선 연주에 아쉬운 점도 많았는데…”라고 했지만 심사위원 7명 전원이 그를 1위로 낙점했다.
정군은 초등학교부터 홈스쿨링을 하며 공부와 음악을 자유롭게 익혔다. “초등학교부터 수능을 위해 살고 학원 전전하는 걸 싫어하신 부모님의 선택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음악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스스로 관심 있는 분야에 시간을 많이 쓸 수 있었고 정군에겐 그게 음악이었다. “일곱 살에 첼로를 시작했을 때는 취미였고, 홈스쿨링 하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오케스트라도 했는데 풍성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좋아서 12살쯤 전공을 결심했다.” 함께 홈스쿨링을 한 누나 정주은(한국예술종합학교2)씨는 이번 콩쿠르에서 바이올린 부문 3위에 입상했다.
정군은 전공을 결정하고도 예술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가는 대신 집에서 공부와 음악을 했다. 정식 레슨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한 지난해부터 받았다. 정군은 “국제 콩쿠르와 과제곡이 비슷한 이번 콩쿠르를 거치면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고 했다.
빠르고 기교적인 작품보다는 음악적으로 깊이 있는 곡을 좋아한다. “손을 빨리 돌려야하는 곡을 할 때는 좀 무서울 정도고, 따뜻한 선율이 있는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번 콩쿠르 결선곡이었던 프로코피예프 교향적협주곡 Op.135를 연주할 체력을 위해 밤마다 한시간씩 달리기도 했다. “내년에는 국제 콩쿠르에 많이 도전하고 싶다”는 정군은 “내 연주를 듣고 위로 받았다는 사람을 만날 때의 기쁨이 정말 크다. 청중을 감동시키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공부하려 국제 콩쿠르 많이 도전"

바이올린1위

바이올린1위

바이올린 부문 1위 위재원(18ㆍ한국예술종합학교2)양은 중학교 때 1년에 한번씩 국제 콩쿠르에 도전해 모두 입상했다. “외국 친구들은 어떻게 연주하는지 궁금했고, 내 실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위스에서 열린 첫 국제 콩쿠르 참가 후 실제로 많은 걸 느꼈다. “한국 출전자들이 기교적으로는 더 뛰어났지만 외국 출전자들은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했다”고 했다. 콩쿠르 후 심사위원들의 조언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위양에게 “정확하게 연주하는 것은 장점이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이 좀 더 확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위양은 이번 콩쿠르 또한 한 단계 성장하고 자신만의 음악을 찾기 위한 계기로 생각했다. “결선 연주곡으로 파가니니ㆍ시벨리우스처럼 기교적이고 강렬한 작품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음악적으로 도전해보고 싶어서 브람스 협주곡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기교로만 되는 곡도 아니고 하나의 힘으로 끌고 가야되는 곡이기 때문에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평소 음악적 깊이가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나만을 위한 음악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연주를 하는 게 꿈이다. “나를 통해 남이 뭔가를 얻는다는 기분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2년 전엔 탈락, 올해는 1위

플루트 1위

플루트 1위

플루트 부문 1위 장수경(23ㆍ연세대4)씨가 이번 콩쿠르에서 세운 목표는 ‘어떻게 다르게 연주할까’였다. 결선 지정곡이었던 모차르트 협주곡 K.313은 지난해 부산MBC음악콩쿠르 결선곡이었다. “같은 곡을 연주하는만큼 어떻게 한 단계 더 발전시킬까를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연습마다 녹음을 해 다시 들어보고 다양한 색깔을 내기 위해 호흡을 여러 방법으로 바꿔보기도 했다. “모차르트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가벼운 부분은 더 가볍게 만들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스스로 한 계단 올라가보는 심정이었고 결국 어느정도 해낸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전엔 중앙음악콩쿠르 2차 예선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다. 무대 위에서 긴장한 바람에 두 마디를 아예 연주하지 못했다. 이번 콩쿠르를 위해서는 30분 이상의 긴 무대 연습도 해보고 스스로 생각을 조절하는 능력도 키웠다. “언제나 떨리긴 하지만 이번에는 통제하는 법을 조금 익힌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에 플루트를 시작한 장씨는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객원 단원으로 연주를 하고 있으며 졸업 후에도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또 음악 본고장인 유럽에 가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했다.

"그동안 겉핥기로만 노래했다는 것 깨닫고 공부 충실히"

성악1위

성악1위

성악 여자부문 1위 박예랑(22ㆍ한국예술종합학교4)씨는 지난해 나갔던 콩쿠르들에서 계속 예선 탈락했다. 본인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게 우선이었다. 박씨는 “겉핥기식으로 노래했다는 걸 깨달았다”며 “오페라 아리아를 부를 때도 그럴싸하게 들리는 소리만 신경썼지 인물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콩쿠르를 준비할 때는 다른 식으로 접근했다. 무엇보다 오페라를 많이 보고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상상력을 동원했다. 자신이 오페라 속 인물이 됐다면 어떤 느낌일까를 끊임없이 생각해보며 콩쿠르를 준비했다. 단어도 하나하나 찾아봤다.
결선 무대에서는 벨리니 오페라 ‘몽유병 여인’ 중 ‘존경하는 동료들’, 마스네 ‘마농’ 중 ‘내가 거리에 나서면’, 이원주의 가곡 베틀노래를 불렀다. “이번에는 결선에만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을 내려놓고 후회없이 노래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박씨는 “원래는 소리가 높고 기교적인 편이었는데 얼마 전 베이스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으면서 중저음에 대해 배웠다”며 “소리를 탄탄히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곧 학교를 졸업하면 독일로 유학을 떠날 생각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성악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본선 진출자에 대한 심사평

<피아노>
81명의 피아니스트 중 1ㆍ2차 예선의 치열한 경쟁을 통하여 재능 있는 본선진출자 5명이 선발됐다. 각자의 개성 있는 기량을 살리면서 열띤 연주를 해준 그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지정된 바흐의 곡은 연주자별로 다양한 해석들을 주장하며 훌륭한 연주를 했다. 때로는 멋지게, 강렬하게, 부드럽게, 자연스럽게, 섬세하면서도 열정적이어서 수식어가 모자랄 정도였다. 그러나 경연에서 입상자로 뽑히려면 음악성, 테크닉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적합한 프로그램 선택, 무대에서 관중들과 소통하는 능력, 본인의 음악세계를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선 진출자들에게는 이런 큰 무대가 값진 경험이 될 것이며, 한걸음 더 진실되고 발전된 음악인으로서 각자의 꿈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비타민이 되었을 것이다. 입상자 모두 밝은 미래를 향해 힘차게 전진하시기 바란다. 축하합니다!

<작곡>
참가작품들의 음악적인 내용과 독창성이 부족해 아쉬웠다는 것이 심사위원 모두의 생각이다. 1960~80년대 유럽의 기존 음악 외형만을 모방한 것 같아 안타까웠으며, 작곡가 자신의 언어가 보이는 독창성 있는 작품을 2018년부터 기대해 보겠다. 앞으로 중앙음악콩쿠르가 ‘창작 음악’ 본연의 의미에 부합하는 새로운 작품 즉, 소재 취급법과 작곡가의 의도가 음악 고유의 특성과 연결된 독창적인 작품이 배출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첼로>
본선 지정 곡인 프로코피예프 교향적 협주곡은 연주시간이 40분 정도나 되는 곡으로 아주 뛰어난 기교와 힘 그리고 끝까지 집중할 수 있는 정신력과 지구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내재되어있는 서정적인 음악 표현을 위해서는 적절한 타이밍과 감정의 표현, 다양한 활주법으로 악성변화와 소리의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 본선에 진출한 세 명의 연주자 모두 뛰어난 기교로 수준 높은 연주를 보여주었으나 음악적으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플루트>
본선 경연자 6명의 과제곡은 플루트를 시작한 이후 수없이 연주 해봤을 곡이라 생각되는 모차르트 콘체르토 G장조 K.313 이다. 그러나 조금씩 다른 표현방식과 다른 해석의 연주로 누구 하나 집중을 게을리할 수 없는 경연이었다. 1악장 시작부터 너무 조심히 풀어가 조금은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가도 3악장에서 화려하게 연주하는 경연자도 있었고, 시작부분부터 화려하고 건강한 음색으로 끝맺는 경연자들도 있었다. 길지 않은 서양음악의 국내 정착 역사에서 플루트 파트는 실력과 숫자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보였으며, 현재 뉴욕필하모닉, 베를린심포니 및 비엔나 필 등에서 수석과 단원으로 활동하는 후배들을 보며 기쁘게 생각한다. 또한 이런 큰 콩쿠르를 40여년 넘게 주최해온 중앙일보의 노력에 감사한다.

<바이올린>
본선 경연자 이난주는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파가니니 협주곡을 무리 없이 잘 연주하였으며 음악적으로도 훌륭하게 표현하였다. 활을 쳐서 소리 내는 것 때문에 소리가 거칠고 깨끗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위재원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브람스의 협주곡을 원숙하게 연주하였고 넓고 강렬한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음정이 높아지는 점을 보완했으면 한다. 정주은은 본선 참가자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좋은 톤으로 편하게 연주하였다. 좀 더 과감한 표현력으로 연주하였으면 좋겠다.

<성악(남녀)>
모두 귀하고 훌륭한 목소리의 소유자들이었다. 기본적인 음정에 충실해야 한다. 소리를 너무 크게만 내려 하지 말고 자신의 확실한 음악적 해석을 가지고 여유로운 음악을 표현했으면 좋겠다. 한국 가곡은 더욱 한국 가곡답게 한국적 장단과 발성 딕션 공부가 필요하다. 음악 표현 시 자신의 표현 시도에 충분한 이유와 과정이 작곡자의 의도와 맞을 때 청중을 설득할 수 있으며 음악의 높은 완성도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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