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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개통하려는 난민 출신 교수에 인권위가 한 말..."괜찮은 차별도 있다"

중앙일보

입력

욤비 교수는 “차별 탓에 한국에선 빌 게이츠도 전화를 여러 대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광주대]

욤비 교수는 “차별 탓에 한국에선 빌 게이츠도 전화를 여러 대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광주대]

난민 출신으로 지금은 광주대학교에서 기초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욤비 토나 교수가 한국에서 차별을 경험한 일화가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9일 발행된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욤비 토나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받은 차별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욤비 토나 교수는 "외국인은 휴대전화 두 개밖에 못 만든다"라면서도 "우리 집은 전화 다섯 대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부모 이름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총 4개밖에 못 만든다. 둘째 딸은 못 만들었다. 딸이 집에 늦게 오면 어디서 전화하는가"라고 밝혔다.

국내 거주 중인 외국인은 일반, 외교, 공무, 협정 등 국내 체류 유형에 따라 이용 가능한 이동전화 회선 수가 상이하지만, 최대 2회선까지만 개통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 것이다.

그는 "그래서 통신회사 SK·LG·KT에 다 따졌다.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얘기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더 읽기 "다문화센터에 실제로 다문화는 없어 김치·한국어 전수 한국문화센터 불과"

하지만 욤비 토나 교수의 민원에 국가인권위원회의 반응이 충격적이다.

욤비 토나 교수는 "그랬더니 오 마이 갓, 답이 뭐라고 나왔는지 아는가. ‘괜찮은 차별도 있다’는 것"이라며 "이유는 외국인들이 돈이 없어서 휴대전화 신청을 많이 받아주면 어렵다는 거다. 형편이 어려우니 두 개만 받게 하는 '괜찮은 차별'이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그는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에 내 월급이 얼마인지 (내역을) 갖고 갔다"라며 "그랬더니 거기서 미안하다면서 도와줄 테니 SNS에 써서 올리지 말아 달라더라. 그래서 이건 도와주는 게 아니고 법의 문제라고, 법을 지켜 달라 그랬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제도적 차별 외에 그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한국인의 심리적 차별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욤비 토나 교수는 "한국이 단일민족이라고 한다"라면서도 "내가 보기엔 토종 한국인의 피부색이 똑같지 않다. 한국인은 출신을 따지자면 여러 곳일 거다. 그러나 외부인에 대한 차별은 많다. 결혼 이주자들과 상담을 하면 도망가고 싶다고 한다. 시어머니 문제, 피부색 차별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얽혔다. 뭔가 잘못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이른바 '다문화정책'은 제대로 꾸려지고 있을까. 그의 눈에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그는 "실제로 다문화는 없다"라며 "외국인들이 한국말 배우고 김치 어떻게 담그는지 배운다. 쉽게 말해 한국문화센터다. 정말 죄송하지만 진짜 이상하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욤비 토나 교수는 콩고민주공화국의 부족국가 왕족 출신이다. 킨샤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콩고 2차 내전 와중에 정권비리를 공개하려다 투옥된 후 탈출했다. 2002년에 한국에 들어와 노동자로 일하면서 2008년에서야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가족을 한국에 데려와 2013년 교수에 임용됐다. 지금은 난민권리네트워크 의장, 유엔 비정부연락사무소(NGLS) 위원으로도 일하고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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