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사·기소 분리' 두고 검·경 갈등 양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 개혁 일환으로 거론되는 '수사·기소 분리'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공개 충돌하는 양상이다. 검찰은 지금처럼 수사·기소권 전반을 검찰이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검찰이 가진 수사·기소권 가운데 수사권은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수남 검찰총장 “검찰은 경찰 수사권 남용 통제 위해 탄행”

 김수남 검찰총장. [중앙포토]

김수남 검찰총장. [중앙포토]

검찰은 김수남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냈다. 김 총장은 7일 오전 10시 서울 문정동 서울동부지검 신청사 준공식 기념사에서 “검찰은 경찰국가시대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준사법적 인권옹호기관으로 탄생했다”고 구장했다.

김 총장은 법률 전문가인 검찰의 역할을 더욱 중시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도 강조했다. “수사·기소 분리가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경찰 주장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장은 “국제형사재판소, 구 유고전범재판소, 유럽검찰청 등 국제재판소나 국가 간 연합체에서도 검사에게 수사와 공소 기능을 맡기고 있다. 오스트리아, 스위스는 '수사판사' 제도를 폐지하고 검사가 경찰을 지휘하고 직접 수사도 가능하도록 최근 사법제도를 바꿨다”고 말했다.

김 총장이 이처럼 경찰의 수사권 남용 문제 등을 공개 언급한 건 최근 정치권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공개적으로 경찰 수사권 독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역시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홍준표 후보는 헌법에 있는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조항도 삭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총장은 “겸손한 자세로 검찰권을 절제해 행사해야 한다. 원칙을 지키되 자세는 낮출 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냈다. 수사·기소 분리 주장이 검찰의 막강한 권한과 중립성 논란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 수사·기소 분리 대비 현장경찰관 대토론회

서울경찰청 로비 [중앙포토]

서울경찰청 로비 [중앙포토]

경찰은 대선 정국이 임박하면서 현행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공개적인 문제제기에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7일 오후 2시 서울 내자동 서울경찰청 대강당에서 '수사·기소 분리 대비, 경찰수사 혁신을 위한 현장경찰관 대토론회'을 열었다.


‘수사구조개혁 추진상황 및 향후 전략’ 주제 발표를 맡은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경무관)은 이날 모인 현장 경찰관 400여명에게 수사·기소 분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 단장은 “수사권 독립은 검찰과 경찰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국민 편익을 증진하기 위한 개혁”이라며 “수사·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대통령 파면과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불행한 헌정사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리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홍만표·진경준 전 검사장 등을 언급하며 “국정농단 사건 뒤엔 잘못된 형사사법제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개혁의 핵심을 검사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하는 분권적 수사구조”라며 “검찰개혁의 해법은 분권형 수사구조개혁”이라 설명했다.

경찰 권력 비대화 우려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권은 검사의 기소권에 통제 받는다다”고 반박했다. 황 단장은 “자치경찰제 도입과 경찰위원회 강화 등 경찰을 통제할 다양한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