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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 보따리 푼 백화점, 매출은 오히려 뒷걸음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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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소비지출이 늘고, 소비자물가도 오르는 등 지표는 좋아지고 있지만 실물 경기는 아직 한겨울이다. 백화점들이 지난달 30일부터 일제히 봄 정기세일을 시작했지만 세일 첫 주말 매출은 제자리 걸음이거나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롯데·현대·AK플라자 1~1.7% 감소 #“오프라인 매장 성장세 둔화” 분석 #2월 온라인 유통 매출은 16% 증가 #일부 품목 제외하곤 할인폭 낮아 #명품 있던 자리에 햄버거 매장도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봄 정기세일 첫 주말인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매출은 지난해보다 1.5% 하락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1.7%, AK플라자도 1.0% 매출이 줄었다. 지난해 봄 정기세일 첫 주말에 롯데백화점이 6.7%, 현대백화점이 8.2% 매출이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하락세다.

당초 백화점들은 봄 신상품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에 매출 활성화와 협력사 재고 소진을 위해 세일 물량을 늘렸다. 롯데백화점은 모든 점포에서 최대 규모의 ‘아웃도어 대전’ 행사를 열고 최대 80% 할인에 나섰다. 현대백화점도 세일에 참여하는 브랜드를 지난해보다 50개 늘려 역대 최대 규모의 봄 정기세일을 진행했다. 하지만 봄 정기세일 매출의 바로미터(기준)가 되는 첫 주말 성적에서 ‘매출 하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든 것이다.

그나마 그럭저럭 매출이 괜찮았던 백화점들은 새 점포 오픈 효과를 얻었거나 가격대가 높은 제품을 할인한 경우였다.

전체 지점 매출이 지난해보다 10.5%(기존점 기준 2.6%) 늘어난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봄에는 없었던 스타필드 하남·대구·김해점이 최근 문을 연 효과를 누렸다. 기존점을 기준으로는 2.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매출이 4% 증가한 갤러리아도 지난 주말에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침대·가구·가전제품 등에 대한 할인 행사를 했다.

큰 폭의 세일도 소비를 못 불러오는 원인에 대해 유통업계에선 일시적으로는 지난 주말 봄비와 미세먼지 등 날씨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소비 심리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오프라인 매장의 대표 주자인 백화점의 성장세가 본격적으로 둔화됐다는 분석이다.

유통 업계에서 온라인은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이지만 오프라인은 주춤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월 유통 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2월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줄어든 5조860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온라인 유통 업체의 매출액은 3조192억원을 기록해 16.3% 늘었다.

전체 유통업체 매출 중 오프라인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70.8%에서 올해 66%로 하락했다. ‘양치기 세일’ ‘연중 세일’이라는 오명을 얻을 만큼 백화점이 세일 기간을 길게, 자주 잡아 소비자들의 백화점 가격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지난해 공식 세일 기간만 180일이 넘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백화점에서 세일을 해도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할인폭이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고, 소비자들은 저렴하고 편리한 온라인 쇼핑몰로 이미 옮겨갔다”며 “백화점 세일 기간이라고 몰려가던 시대는 지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백화점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AK플라자는 다음달 경기도 성남시 AK플라자 분당점 1층에 수제햄버거인 쉑쉑버거 매장을 연다. 명품 브랜드인 구찌가 있었던 자리다. ‘백화점의 얼굴’인 1층은 그동안 명품이나 수입 화장품, 값비싼 패션잡화가 차지하고 있었다.

일본에선 이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본백화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매출 총액은 36년 만에 처음으로 6조엔(약 60조원)에 못 미쳤다. 패션용품 판매가 부진하자 지난해 11월 세이부백화점은 도코로자와점 1층에 있는 여성 의류 매장을 철수하고 식품 매장으로 꾸미겠다고 밝혔다. 지역산 수제맥주, 갓 구운 빵 등을 입점시켰다.

최현주·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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