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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한은 인류의 문제" 시진핑 향한 북핵 배틀로열 선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대북 담판을 천명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모임에서 “북한은 정말로 인류의 문제”라며 “시 주석과 당연히 북한도 얘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한발 더 나아가 돌직구를 던졌다. 최후통첩성 뉘앙스였다.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정상회담을 앞둔 사전 브리핑에서 북한 문제를 놓고 “시간이 소진됐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고 밝혔다.

USA투데이는 이를 “북한의 도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이 소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ㆍ중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으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1호 법안인 트럼프케어(미국건강보험법안)는 무산됐고 반이민 행정명령은 법원에 가로막혔다. 그는 '외치'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시 주석과의 첫 만남이 미국의 안전과 국익을 수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외교를 보여줄 사실상의 첫 무대다. 튜펄 드레이어 마이애미대 교수는 “트럼프는 시진핑과의 만남 뒤 자신이 승리했다고 주장하려 할 것”이라며 “배틀 로열(큰 싸움)을 위한 무대가 만들어졌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벌일 배틀 로열의 승부수는 북한이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줄었다는 얘기가 종종 나오지만 경제적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분명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미ㆍ중의 협력 관계를 묻는 말에 “북한을 놓고 중국과 협력하고 싶다”며 “이게 양국 관계의 시험대”라고 단언했다.

중국이 대북 문제에 얼마나 협조할지에 따라 미ㆍ중 관계가 달라진다는 취지다.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자세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와 사뭇 다르다는 관찰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접하는 미 행정부 인사들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며 “이번엔 북한 문제에 해결을 봐야 한다는 결의가 느껴진다”고 전했다.

중국은 북한을 미국의 북상을 막는 완충 지대로 여긴다. 그런 중국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이 구사할 지렛대는 무역 카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는데 있어 “무역이 인센티브”라고 거론했다.

트럼프 정부는 환율조작국 지정, 대중 보복 관세, 국제기구에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 등 그간 중국을 향한 각종 무역 보복 카드를 검토해왔다.

이어 가시화된게 대북 제재에 불성실한 제3국, 즉 중국에 대한 제재다.

하원에서 논의중인 대북제재현대화법에 포함된 ^제3국 상선의 미국 입항 금지^해당국 기업의 미국내 자산 동결^전략물자 대북 수출 기업 제재 등의 조치들은 북한 대외 거래의 90%를 차지하는 중국 기업을 언제든지 옥죌 수 있는 칼이 된다.

트럼프 정부가 테이블에 올려놓은 대북 군사 행동 카드는 한반도의 현 질서를 유지해 중국의 국익을 최대화한다는 시 주석의 국제 전략을 흔들어 놓는다.

북한 핵과 미사일로 인해 핵잠수함ㆍ핵폭격기ㆍ항공모함 등 전략 무기가 한반도 일대에 상시 등장하는 자체만으로 중국의 안보전략을 위협한다.

미군의 전략 핵무기를 책임진 존 하이튼 전략사령부 사령관은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 “내 임무는 대통령에게 군사적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의회와 함께 할 일이 있다고 여기면 내겐 언제든지 대통령을 위해 준비된 군사적 옵션이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미국 대통령이 의회와 협의하는 군사적 행동은 전쟁 개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설득할 당근도 함께 준비했다.

미국 상무부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비시장경제국’으로 유지할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그간 중국의 숙원 사업이 미국으로부터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다.

미국은 그간 중국을 비시장경제국으로 분류해놓고 여차하면 반덤핑 관세를 때려왔다. 

상무부의 발표는 북한 제재에 중국이 얼마나 성의를 보이느냐 따라 트럼프 정부도 줄 게 있다는 우회 신호로 풀이된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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