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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코골이 심해 부부싸움 … 그냥 두면 심장병·뇌질환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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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잘 아는 변호사 친구한테서 최근 문의 전화가 한 통 왔다. “심하게 코를 고는 게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사유가 될 수도 있나? 이혼소송 중인 부부가 있는데 남편이 코를 심하게 곤다고 하네.”

수술로 혀뿌리나 입안 공간 확장 #성공률 50% … 비싸고 합병증 우려 #잘 때 입에 공기 넣는 양압호흡기 #적응 쉽지 않아 30~50%만 성공 #살빼기, 금연·금주, 모로 누워 자기 … #생활습관 바꾸면 증세 줄일 수 있어

심한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이 이혼 사유가 될 정도로 흔한 질병이 됐다. 고령화, 비만 인구 증가 때문이다. 이런 병이 있으면 졸리고 항상 피로하다. 이뿐만 아니라 고혈압·당뇨병·만성폐질환·심혈관질환·뇌혈관질환 등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

수면 무호흡증은 시간당 호흡장애(무호흡 또는 저호흡)가 5회 이상이면서 ▶숨이 막히는 느낌 ▶헐떡거림 ▶반복해서 잠이 깸 ▶자고 나도 피로함 ▶낮에 졸림 등의 증상 가운데 하나라도 있으면 해당한다. 이런 증세가 없어도 호흡장애가 시간당 15회 이상 발생하면 수면 무호흡증에 해당한다.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에 코콜이 수술을 남성에선 30대가 가장 많이 받았다. 다음으로 40, 50대다. 여성은 40대, 50대, 30대 순으로 코골이 수술이 많았다. 30, 40대 수술이 많은 것은 비만 인구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면 무호흡증 치료법은 침팬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혀 뿌리 뒷부분 공간을 보면 인간은 좁고 침팬지는 넓다. 좁은 공간을 공기가 통과할 때 미세한 떨림이 생기고 다양한 발음이 나온다. 나이가 들어 기도의 근력·탄력이 떨어지면 코골이가 더 쉽게 생긴다.

인간(왼쪽)과 침팬지의 발성기관 구조.

인간(왼쪽)과 침팬지의 발성기관 구조.

해결책은 침팬지처럼 혀 뿌리 공간을 넓히는 수술을 하는 것이다. 첫째, 구강·기도 구조를 침팬지와 비슷하게 바꿔주는 ‘상·하악 전진수술’이 있다. 위·아래 턱을 앞으로 내밀게 해 혀 뿌리 뒷부분의 공간을 넓혀준다. 효과는 극적이지만 합병증 발생률이 높고 의료비가 비싸 이 수술은 제한적으로 쓰인다.

둘째, 입안의 공간을 넓히는 수술이 있다. 혀가 있는 아래를 제외하고 목젖과 입천장(연구개) 일부, 양쪽 편도와 주변 점막의 일부를 잘라낸다. 평균 성공률은 50% 안팎이다. 경험 많은 전문의는 70~80%에 이른다.

셋째, 혀 뿌리 수술이다. 턱뼈를 일부 잘라 혀 근육을 앞으로 내밀게 해 기도를 넓혀준다(이설근 전진술).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조형주·황치상 교수팀이 1월 해외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31명의 수면 무호흡증 환자의 구개(입천장)와 혀 뿌리 수술을 하고 24개월 추적했더니 22명의 무호흡·저호흡 지수(AHI) 감소율이 50%를 넘었다.

비수술 요법 중에는 양압호흡기(CPAP) 치료가 널리 쓰인다. 아나운서 전현무씨가 사용하면서 많이 알려졌다. 이 기기는 자는 동안 입안으로 일정하게 공기를 불어넣는 방식으로 혀 뿌리 부분의 간격을 유지시켜 코골이를 방지한다. 잘 활용하면 수면 무호흡증이 마법처럼 사라진다. 10년 넘게 심한 코골이를 한 차모(64·여·경기도 남양주시)씨는 2년 전 수면 무호흡증 진단을 받았다. 키 1m58㎝, 체중 90㎏(체질량지수 36)으로 심한 비만이었다. 차씨는 “잠을 잔 것 같지 않고 머리가 아팠는데 양압호흡기를 쓴 뒤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눈을 뜬다.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하버드대, 호주 시드니대, 중국 광저우대 연구팀은 지난해 9월 세계적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45~74세 2717명의 양압호흡기 치료 논문을 발표했다. 이 기기를 착용한 그룹은 시간당 수면 무호흡 증상이 평균 29회에서 3.7회로 줄었다.

양압호흡기는 기계 값이 200만~300만원이다. 수면검사에도 50만~80만원 든다. 둘 다 건강보험이 안 된다. 미국·일본·호주, 일부 유럽 국가 등은 건보가 된다. 한국도 환자 증가 추이 등을 고려할 때 건보를 적용할 때가 됐다. 길게 보면 심장병·뇌질환 등을 예방해 비용이 덜 든다. 양압호흡기는 적응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코·입에 마스크(또는 호스)를 착용한 채 잠자기 쉽지 않고, 자신도모르게 벗어버리기도 한다. 사용자의 30~50%만 적응한다. 안씨는 수술한 뒤 무호흡 증세가 크게 개선됐다.

무엇보다 치료 이전에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살 빼기, 옆으로 누워 자기, 금연·금주다. 살을 빼면 입안 공간이 넓어지고, 옆으로 누우면 혀 뿌리 부분 조직이 상기도와 닿지 않아 코골이가 완화된다.

◆김경수 교수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의대 이비인후과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장,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총무·고시 이사

김경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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