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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쿠웨이트 압둘라 신도시에 '스마트 시티' 설계 프로젝트 수주

중앙일보

입력

해외 건설 ‘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한국 건설 업계에 청신호가 켜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쿠웨이트가 추진 중인 ‘스마트 시티’ 개발 프로젝트에 밑그림을 그릴 업체로 선정됐다. 국토교통부가 신산업으로 추진해 온 스마트 시티 수출 1호다. 


LH는 3일(현지시간) 쿠웨이트 주거복지청과 ‘압둘라 신도시 마스터플랜(설계) 용역 총괄 관리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LH는 선진ㆍ동명 등 한국 설계업체로 구성한 '코리아 컨소시엄'의 신도시 설계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총 사업비 4조5000억원 중 이번에 수주한 마스터플랜 용역 규모는 433억원이다. 마스터플랜 용역을 통해 사업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내년 중 예비 LH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쿠웨이트와 공동으로 특수목적회사(SPV)를 설립해 2019년에 착공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 4조5000억원 중 433억원 규모 #향후 중동 도시 수주전서 한국 기업 유리한 효과 #수주 규모 작아 손실 가능성도 #"플랜트 등 하드웨어 수주 대신 소프트웨어 수주 집중해야"

박상우 LH 사장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LH와 쿠웨이트 정부가 상호 협의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 향후 중동 도시 개발 수주전에서 한국 기업이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압둘라 신도시는 쿠웨이트 수도인 쿠웨이트시에서 서쪽으로 약 30㎞ 떨어져 있다. 쿠웨이트가 추진하는 9개 신도시 중 입지가 가장 뛰어나다. 면적은 64.4㎢. 경기도 분당 신도시 세 배 규모로 2만5000~4만 세대가 입주한다. 상업지역 이외엔 미국 서부 ‘비버리 힐즈’ 같은 최고급 주택단지도 지을 계획이다. 석유 일변도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금융ㆍ무역ㆍ관광 허브로 도약하려는 쿠웨이트가 밀어붙이는 전략 신도시다.

LH가 따낸 마스터플랜 용역은 사업 타당성 조사부터 토목ㆍ건축ㆍ전력ㆍ정보통신 설계까지 압둘라 신도시의 전반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프로젝트다. 수주 규모가 큰 건 아니지만 파급 효과와 상징성이 크다. LH가 밑그림을 그리는 만큼 향후 본격적인 도시 건설 과정에서 한국 건설업체가 참여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특히 일반 건설 프로젝트가 아닌 ‘스마트 시티’ 사업을 따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스마트 시티는 자국 내 도시 문제 해결 뿐 아니라 해외 건설산업, 특히 신도시 프로젝트와 연결된다. 기획ㆍ설계ㆍ운영ㆍ관리 등 서비스를 포함하는 고부가가치 수출 상품이다. 스마트 시티에서 파생하는 산업을 키우거나 IT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연관 기업이 동반 진출할 수 있는 여지도 많다. 시장 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스마트 시티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5000억 달러(약 167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쿠웨이트 압둘라 신도시 시범단지 조감도

쿠웨이트 압둘라 신도시 시범단지 조감도

스마트 시티는 건설 시공 능력과 탄탄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갖춘 한국이 두각을 낼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신흥국 시장에서 국가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김석기 국토부 해외건설지원과장은 “스마트 시티는 원자재 가격 하락, 현지ㆍ후발 업체와 저가 수주 경쟁으로 중동ㆍ중국 산업설비(플랜트) 위주 해외 건설이 침체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국내 건설 업계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수출 교두보를 마련한 점은 평가할 만 하지만 수주 규모가 작아 손실을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설계업체 관계자는 “LH가 과거 비슷한 면적의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72.9㎢) 마스터플랜을 세울 때도 설계 작업에 1000억원 이상 들어간 점을 감안하면 적자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한진 LH 쿠웨이트사업단 부장은 “쿠웨이트는 지형이 단순하고 인허가 리스크도 국내보다 훨씬 낮다. 마스터플랜도 큰 틀을 잡는 수준이라 세종시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내 건설 업체의 해외 건설은 여전히 ‘공장 짓기’에 편중해 있다. 지난해 전체 해외 건설 수주 중 45%가 플랜트다. 그 외에도 토목(22%)ㆍ건축(19%) 등 시공 분야가 대부분이다. 김종현 해외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저부가가치 시공 프로젝트 같은 '하드웨어'를 수주하는 건 수익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도시 개발 경험, 도시 운영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시티 등 '소프트웨어' 분야로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스마트 시티=IT를 적용해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거주민의 삶의 질, 도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도시. 교통ㆍ환경ㆍ상하수도ㆍ행정ㆍ의료ㆍ교육 등 주요 기반시설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모아 기관ㆍ시민에게 제공해 도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새 도로를 까는 대신 도로에 설치한 센서로 교통 상황을 확인해 스마트폰으로 우회로를 안내하거나 시간ㆍ장소에 맞춰 대중교통을 배치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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