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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가 비난 감수하며 슈틸리케를 유임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의 유임을 결정했다. 김현동 기자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의 유임을 결정했다.김현동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울리 슈틸리케(63·독일) 대표팀 감독 유임을 결정했다.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 내린 결정은 아니다"는 게 축구협회의 해명이다. 하지만 부진한 경기력과 책임 떠넘기기 등으로 여론이 등을 돌린 감독에게 합리적인 이유 없이 면죄부를 준 것에 대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감독 경질 후 마땅한 대안 없어 #향후 코치진 추가 보강 가능성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3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2017년도 제2차 회의를 열고 내년 6월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 계약한 슈틸리케 감독의 임기를 변함 없이 보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용수(58) 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은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에 대해 기술위원들끼리 격론을 벌였다"면서 "난상토론 끝에 감독을 한 번 더 신뢰하기로 결정했다. 과거에도 한국 축구가 어려운 시기를 거쳐 월드컵에 진출한 경험이 있다. 그 저력을 믿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축구대표팀은 부진한 경기력으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7경기를 치르며 단 한 번도 속시원한 승리를 보여주지 못했다. 세 차례의 원정경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1무2패에 그쳤다. 시리아와 0-0으로 비겼고 이란과 중국에겐 각각 0-1로 졌다. 패배한 직후 슈틸리케 감독의 단조로운 전술과 책임을 타인에게 떠넘기는 듯한 발언이 집중 부각돼 우려가 더욱 커졌다. 국내에서 치른 네 경기는 모두 이겼지만 매번 가슴 졸이는 한 골 차 접전이었다. 중국과 카타르에 3-2로, 우즈베키스탄에 2-1로 이겼고 지난달 28일 시리아를 상대로 졸전 끝에 1-0으로 간신히 이겼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한국은 4승1무2패(승점 13점)로 이란(17점)에 이어 조 2위다.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순위(조 2위 이상)를 유지 중이지만 안심할 수 없다. 자력으로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으려면 남은 카타르전(6월13일·원정)과 이란전(8월31일·홈), 우즈베키스탄전(9월5일·원정)을 모두 이겨야 한다.

벼랑 끝에 몰린 축구대표팀이 슈틸리케 감독과 계속 함께 가는 이유에 대해 이 위원장은 "최근 한 두 경기만 놓고 감독의 지도력을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2015 호주 아시안컵 본선과 러시아 월드컵 2차예선, 최종예선까지 전체적으로 평가한 끝에 다시 한 번 신뢰를 주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 설명했다.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향후 대표팀 운영에 적극 개입해 슈틸리케 감독 지원에 나설 전망이다. 양광삼 기자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향후 대표팀 운영에 적극 개입해 슈틸리케 감독 지원에 나설 전망이다. 양광삼 기자

기술위의 설명과 달리 축구계는 슈틸리케 감독을 유임한 것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이 없어 내린 고육지책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당장 감독을 경질하더라도 실력 있는 새 외국인 감독을 후임으로 데려오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라는 뜻이다. 최종예선 세 경기가 남아 본선행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계약 협상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새 감독이 오더라도 세 경기를 치른 뒤 다시 지휘봉을 내려놓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국내파 지도자를 영입하는 방안 또한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기술위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지난해까지 축구대표팀 코치로 활동한 신태용(47)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방안은 다음달 20세 이하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과 일정이 겹쳐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김호곤(66) 축구협회 부회장, 허정무(62) 프로축구연맹 부총재 등 베테랑 지도자들을 활용하는 방법 또한 현장에서 떠난지 오래된 분들이라는 점에 우려가 모아졌다"고 귀띔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을 계속 이끌되 향후 기술위원회가 선수 선발과 전술 구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코칭스태프를 추가 발탁해 슈틸리케 감독의 권한을 쪼갤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용수 위원장은 "코치 보강에 대해 감독과 추후 협의할 것"이라면서 "기술위원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건의가 있었다. 감독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코치진을 보강할 것"이라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기술위원은 "신태용 감독이 20세 이하 월드컵을 마친 뒤 수석코치로 축구대표팀에 복귀하는 방법을 고려할 만하다"면서 "전제조건은 6월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원정 8차전 승리다. 그 경기에서 지거나 비기면 사실상 월드컵 본선 자력 진출은 어렵다"고 말했다.

파주=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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