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 보복으로 경기도 24개 업체 '237억원' 피해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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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중국 상하이(上海)에 있는 기업으로 도자기용 잉크를 수출하는 경기도 연천군의 A 업체는 요즘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말 갑자기 상하이 세관에서 "잉크는 특수용액이니 '위험물'이라며 통관을 지연시켰기 때문이다. 수출에 난항을 겪으면서 이 업체는 1300만원의 피해를 보게 됐다.

경기도, 기업 피해 조사 결과 지난달까지 24건, 236억5000만원 피해 #통관지연이 11건으로 가장 많고 상표권 등 지식산업권 침해 사례도

이 업체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무조건 통과되던 일이었는데 중국 측이 갑자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수출길이 막혔다"고 하소연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로 중국으로 수출하는 경기도 내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3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달 8일부터 중국 관련 통상애로 신고센터를 운영한 결과 지난달까지 24개 기업이 피해 접수 신청을 했다. 피해 금액도 236억 5000만원에 이른다.

가장 큰 피해는 통관지연으로 11건이었다. 실제로 성남시에 위치한 의료기기 수출업체인 B사는 납품받기로 한 중국 기업에서 "통관문제로 수출이 금지될 것 같다"며 무단으로 계약을 취소해 8000만원의 피해를 보았다.

수원시에 있는 LCD 부품제조업체인 C사도 중국 국영기업의 현지 제품 평가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음에도 수출이 중단된 상황이다. 한반도 사드 배치 논의가 본격화되자 중국 기업이 C사에 다른 기술인증 평가 등을 요구하며 구매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탓이다. 이 업체는 1700만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

한국 제품에 대한 높은 중국 현지 반응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중단된 사례도 7건에 달했다. 안성시에 있는 환풍기 제조업체 D사는 지난해 4월 ‘경기도 건축자재 통상촉진단’에 참가해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 업체와 2000만원가량의 수출계약에 성공했다. 중국업체는 "현지 반응이 좋다"며 2억원 상당의 D사의 제품을 추가 구매하기로 계약했지만 일정이 계속 연기되면서 200만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

이 밖에도 수출 지연 등으로 자금 사정이 악화된 기업도 4곳이나 됐고 중국 현지 기업에 상표등록을 빼앗기는 등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도 2건이나 됐다. 전에 없던 추가 인증을 요구하며 결제를 지연한 사례도 1건 있었다.

경기도는 기업들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자금지원 등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통관지연의 경우 인천세관에 직접 세관원을 파견해 정상적으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유관기관들과 협조해 대책을 마련하고 특별 경영자금을 지원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집중됐던 시장을 동남아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시장 다변화도 추진한다. 경기도 내 유망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아세안 통상촉진단은 최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비즈니스 상담회를 가졌다. 총 164건의 수출상담을 통해 1648만 달러의 상담실적과 970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고 한다.

이소춘 경기도 국제통상과장은 "이번 비즈니스 상담회가 동남아시장 개척을 위한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길 바란다"며 "수출시장 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해외마케팅 지원 사업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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