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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 구도면 승산” 반문연대 공감 속 헤게모니 경쟁 치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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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호 05면

보수·제3지대 후보 단일화 어떻게

이번 대선이 양자 구도가 될지, 아니면 다자 구도로 전개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핵심 변수는 무엇보다 범보수진영의 후보 단일화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갈라진 구여권의 후보 단일화는 후보들 지지율의 단순 합산을 넘어 보수진영 전체의 결집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연쇄 단일화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보수진영 대선 전략의 마지막 히든 카드로 여겨지고 있다.

홍준표·유승민 단일화 놓고 기싸움 #지방선거 등 감안 양보 쉽지 않지만 #“결국 연대 불가피” 관측 적지 않아 #보수 단일화→중도 단일화 큰 그림 #김종인·정운찬 통합 행보도 본격화

당장 홍준표 한국당 후보가 단일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며 “한국당 후보가 된들 초상집 상주 노릇밖에 더 하겠느냐”고 말한 것도 단일화를 향한 절박감을 표현한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기존의 원칙 있는 단일화 기조에서 탈피해 자강론을 앞세우며 완주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보수진영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양측의 헤게모니 쟁탈전과 맞물리면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보수 단일화의 또 다른 축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정운찬 전 총리가 주도하고 있는 중도·보수권 제3지대다. 이들은 이번 조기 대선을 국가 비상상황으로 규정한 뒤 임시정부 성격의 공동정부 구성을 목표로 내걸며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단일 후보를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문재인 후보와 일대일 구도로 대선을 치른다면 얼마든지 대역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이번 주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외나무다리서 다시 만난 홍준표·유승민

홍 후보와 유 후보는 2011년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맞붙었다. 당시엔 홍 후보가 유 후보를 누르고 당 대표로 선출됐다. 6년이 지난 지금 두 후보는 보수 적통 자리를 놓고 다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홍 후보가 유 후보를 ‘배신자’ 프레임으로 공격하자 유 후보는 “형사재판 중인 무자격자”라며 맞받아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보수 단일화 논의의 흐름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유 후보가 “억지로 매달리지 않겠다”며 단일화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면서다. 여기에는 한국당과 연대할 경우 ‘새로운 보수’를 지향한 당의 존립 기반이 뿌리째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당 내 친박계를 겨냥해 강도 높은 인적 청산을 단일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선 이후 새롭게 짜일 여야 구도와 내년 지방선거까지 감안할 경우 대선 후보를 포기하기는 더욱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수 후보 단일화 논의는 구체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전망이다. 막대한 선거자금 조달과 선거비용 추후 보전 등 현실적 장애물이 단일화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대선 보조금은 18일 각 당에 지급된다. 한국당은 119억여원을, 바른정당은 63억여원을 지원받는다. 변수는 선거비용 보전 문제다. 공직선거법상 15% 이상 득표한 후보에겐 최대 509억원에 달하는 선거비 전액을, 10~15% 득표한 후보에겐 50%를 돌려주게 돼 있다. 하지만 현재 홍 후보와 유 후보 모두 지지도가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독자 출마를 고집할 경우 자칫 대선 이후 빚더미에 허덕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까닭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보수층의 동정여론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통령 문제가 일단 정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보수표 결집의 새로운 출발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한국당 내에선 박 전 대통령 구속을 ‘박근혜 대 노무현’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뇌물사건 재수사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당은 한발 더 나아가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문 후보 아들 특혜 채용 의혹도 파고들 계획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사건의 발화점이기도 했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 특혜와 대비시켜 반문 표심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제3지대 ‘공동정부 준비위’ 띄우기

홍 후보는 “결국 바른정당도 흡수하게 될 것”이라며 단일화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홍 후보는 “분당의 명분이 없다”며 “큰집으로 돌아오라”고 압박했다. 그러자 유 후보 측은 “진짜 큰집(감옥) 가실지도 모를 분이 무슨 말씀이냐”고 되받는 등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갔다. 홍 후보는 “침묵하고 있는 보수층이 해볼 만하다 느끼면 전면에 나설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지지율이 도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유 후보와의 단일화 및 보수표 결집을 통해 대선 구도를 자신과 문재인·안철수·심상정 후보의 4자 대결로 몰아가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보수 후보 단일화의 시너지효과에 대해 아직은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설령 단일화를 성사시킨다고 해도 다자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표 계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최근 제3지대에서 중도·보수층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김종인 전 대표와 정운찬 전 총리의 교집합이 형성되고 있다.

김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공동·통합정부 대 단독정부’가 이번 대선의 기본 구도라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확장력 한계 논란에 휩싸인 문 후보와 진검승부를 벌이겠다는 복안이다. 정 전 총리는 “현재 상황은 대통령 보궐선거를 앞둔 비상시기”라며 “개헌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목표를 핵심 가치로 공동정부 구성에 뜻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 측근은 “이르면 이달 초 공동정부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통합의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우선 제3지대에서 독자 대선 후보를 낸 뒤 보수진영과의 연대를 통해 중도·보수 단일 후보를 만들어 내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문제는 최명길 의원 외에 김종인·정운찬 조합에 가세하려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확산되지 않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부상으로 중도·보수 지지 기반이 잠식되면서 추동력을 끌어내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런 장애물을 돌파해 안 후보까지 포함하는 단일화를 이뤄낸다면 문 후보를 충분히 앞지를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관건은 보수·중도와 영남·호남 등 이질적 표심을 어떻게 하나로 묶어 내느냐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은 연대의 장애물이 될 수도, 통합을 촉진시키는 가속페달이 될 수도 있다.

정용환 기자 cheong.yongw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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