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범경기 홈런 6개라도...마이너서 개막 맞는 박병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야구선수 박병호(31·미네소타 트윈스).

야구선수 박병호(31·미네소타 트윈스).

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31)가 메이저리그 개막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는 시범경기에서 팀 내 홈런 1위(6개)였다. 제도가 허락하는 한 팀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메이저리그의 비정함을 또 한 번 확인했다.

네소타는 31일 개막전에 출전할 25인 로스터를 결정했다. 박병호는 거기에 없었다. 스프링캠프 직전인 지난 2월 4일 양도지명(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절차를 거친 박병호의 신분은 '마이너리거'를 그대로 유지했다. 미네소타는 박병호를 산하 트리플A 팀인 로체스터 레드윙스로 보내기로 했다.

예상 밖의 결과다. 박병호는 시범경기 19경기에 나와 타율 0.353(51타수 18안타), 6홈런, 13타점을 기록했다. 팀 내 타율·홈런·타점 1위다. 29, 30일 경기에서는 연이틀 결승홈런을 때렸다. 1루수 내지 지명타자 경쟁자인 케니 바르가스는 개막을 앞두고 발등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현지매체들도 박병호의 빅리그 합류를 의심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마저 그의 탈락을 미네소타 개막 로스터 최대 이변으로 지목했다.

네소타는 이 같은 결정은 투수력 강화를 위해서였다. 지명타자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 팀은 보통 투수 12명, 야수 13명으로 엔트리를 구성한다. 그런데 미네소타는 투수 13명으로 시즌을 시작한다. 선발진이 불안한 걸 감안해 롱릴리프 요원 타일러 더피를 추가시켰다. 폴 몰리터 미네소타 감독은 "박병호가 지명타자 경쟁에서는 이겼다. 그러나 8명의 구원투수를 엔트리에 넣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명타자는 외야수 로비 그로스먼이 맡는다. 그로스먼은 지난해 99경기에서 타율 0.280, 11홈런·OPS(장타율+출루율) 0.828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박병호 제외가 실력으로만 결정된 것도 아니다. 계약·구단 스태프팀 사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박병호를 영입한 테리 라이언 단장이 지난해 성적 부진으로 해임됐다. 데릭 팔비 야구부문 사장이나 태드 레빈 단장은 박병호 기용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김현수(볼티모어)와 달리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는 박병호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박병호는 지난 2월 출국을 앞두고 "팀 상황을 잘 안다. 죽기살기로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투수 엔트리를 늘린 것도 팔비 사장이 영입한 투수 저스틴 할리에게 자리를 만들어주려는 조치다. 할리는 마이너리그에 보낼 수 없는 조건(룰5드래프트)으로 영입했기 때문에 25인 로스터에 넣을 수 밖에 없다. 반면 박병호는 이미 양도선수 지명(DFA)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마이너리그에 보낼 수 있다. 박명호를 메이저리그에 두려면 누군가 한 명을 제외해야 한다. 대니얼 김 야구 해설위원은 "지난해 박병호가 적응에 실패했던 게 (현 상황의) 원인이다. 게다가 구단 수뇌부까지 바뀌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박병호는 언제 다시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수 있을까. 대니얼 김 위원은 "미네소타는 지난해 지구 최하위였고, 올해도 리빌딩을 하는 상황이다. 박병호의 마이너리그 성적이 좋다고 해서 금세 올라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개막 사흘 뒤 올라갈 수도 있고, 오래 기다릴 수도 있다. 다만 박병호가 3년 계약을 했기 때문에 분명 기회가 올 것이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