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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킬러가 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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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 물량 기준으로는 확고한 세계 시장 1위다. 지난해 3억940만 대를 팔아 시장 점유율 20.8%를 기록, 애플(14.5%)을 크게 앞섰다. 하지만 매출만 따지면 애플의 점유율(40.1%)이 삼성(20.7%)의 두 배다. 값이 비싼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애플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출전한 삼성전자의 신병기가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공개된 스마트폰 갤럭시S8·S8플러스다. 삼성전자의 바람은 실현될까. 일단 반응은 좋다.

해외서도 갤S8 집중 조명 #사용자 편의성 경쟁력 확보 #프리미엄 시장 1위 다툼 예고 #음성 명령 화면 밝기 조절 등 #일부 개선해야 할 점 지적도 #내달 7일부터 예약 판매 #출고가격 90만원 초반 될 듯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5년에서 온 스마트폰 같다”, IT전문매체 더버지는 “역대 가장 근사한 스마트폰이다”고 평가했다. 노트7 사태 이후 삼성전자 제품에 비판적이던 외신이 호평으로 돌아선 것이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8은 사용자 편의성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아이폰7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며 “프리미엄 시장에서 격차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런 기대감은 언팩 행사장 곳곳에서 드러났다.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2000여 객석이 크게 부족했다. 신기술과 기능이 공개될 때마다 환호성과 박수가 여러 차례 터져 나왔다. 특히 인공지능(AI) 프로그램 빅스비에 대한 호응이 컸다.

빅스비에 “식당을 찾아줘”라고 명령하자 폰이 구글 지도상에서 식당 위치를 표시하고, “이 화면을 캡처해 친구 OO에게 보내줘”라고 재차 명령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식당 위치도를 보내는 상황이 시연됐다. 실리콘밸리에서 온 한 인도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빅스비는 음성뿐 아니라 이미지와 텍스트를 모두 인식해 음성만으로 작동하는 다른 AI를 앞질렀다”고 평가했다. S8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서도 뜨거웠다. 3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S8 체험행사를 연 서울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에는 소비자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 소비자는 “연초부터 스마트폰을 바꾸려 했지만 S8이 나오는 것을 보고 결정하려고 기다렸다”며 “여러 기능이 마음에 들어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IT 전문가인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S8의 사용성을 높이 샀다. 그는 “그동안 갤럭시가 스펙 경쟁으로 소비자를 잡으려 했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삶을 파고들기 시작했다”며 “식사 약속이나 이동, 쇼핑이나 청소·빨래 같은 일상생활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돌아갈 걸로 보인다”고 평했다. 애플 아이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아온 디자인도 이번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스크린이 핸드폰의 전면을 대부분 차지하는 베젤리스(bezel-less)는 새로운 디자인”이라며 “갤럭시S8은 삼성이 오래 기다려온 아이폰 킬러(iPhone killer)”라고 전했다.

하지만 빅스비가 완성도 면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음성 명령으로 화면 밝기를 조절하거나 등록할 때 몇 초간 시간이 걸리고, 스마트폰에서 가까운 삼성 TV로 비디오를 전송하라는 요청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체험 후기를 전했다. 이 매체는 “이미지 인식은 비교적 잘 작동했지만 실제 현실에서 얼마나 활용될지는 미지수”라고 썼다.

더버지도 “삼성은 손을 쓰지 않고 목소리로만 조작하는 제품을 원하지만 빅스비의 기능은 이에 못 미친다. 시간을 두고 업데이트되길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이통사들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SKT와 KT, LG유플러스 등은 다음달 21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7일부터 예약 판매에 들어간다. 색상은 미드나잇블랙·오키드그레이·아크틱 실버·코럴블루·메이플골드 등 다섯 가지다. 출고가는 미정이지만 S8은 90만원대 초반, S8플러스는 10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S8은 올 상반기에 2700만 대가 팔려 전작인 갤럭시S7의 상반기 판매량(2500만 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뉴욕=박태희 기자, 서울=이소아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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