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지분 5% 인수한 텐센트, 커넥티드카 시장 넘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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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테슬라와 텐센트가 손을 잡았다. 테슬라는 자금 압박에서 숨통을 트고, 텐센트는 커넥티드카(네트워크로 연결된 차) 등 신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2조원 투자, 6대 주주로 올라서 #자금 압박 테슬라는 경영에 숨통

테슬라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서 “텐센트가 17억8000만 달러(2조원)를 투자해 (테슬라 주식) 816만7544주를 사들여 24일 기준 5%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비록 의결권은 없지만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와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FMR LLC), 베일리 기포드, 티로우프라이스어소시에이트, 뱅가드그룹 등에 이어 6번째로 많은 규모다.

텐센트의 투자로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머스크는 한시름 놓게 됐다.

자료:테슬라

자료:테슬라

테슬라는 모델S 등 고가 전기차 판매가 부진했고, 2018년 갚아야 하는 부채 규모가 20억 달러에 달하는 등 자금난에 시달려왔다. 테슬라는 타개책으로 중저가 제품인 모델3 양산 계획을 내놨지만 이 역시 자금 부족으로 난항을 겪었다. 모델3의 생산 계획은 올 4분기 주당 5000대, 내년 총 50만대에 달한다. 테슬라는 이달 초 전환사채 매각 등으로 12억 달러를 모으며 자금 조달에 힘을 쏟고 있었다.

텐센트의 이번 지분 인수는 단순히 재무적 투자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가 앞으로 협력 관계를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테슬라는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씻기 위해 2018년 현지 공장 건설 등 사업 확장 계획을 갖고 있다. 테슬라가 중국에서 생산하면 수입 관세 등 비용을 3분의 1로 절약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에 “텐센트를 투자자 및 조력자로 받아들이게 돼 기쁘다”며 두 회사가 보다 협력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잇단 실적 부진으로 머스크가 경영권을 뺏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온 터라 머스크가 우군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텐센트는 커넥티드카와 전기차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텐센트는 중국의 신생 전기차업체 ‘퓨처 모빌러티’를 지원하는 등 스마트카 개발에 나선 애플·아마존 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테슬라가 추진하는 인공지능(AI)과 우주사업에서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

텐센트는 이번 지분 투자와 관련해 “텐센트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자본이 기업가정신을 후원해준 덕분”이라며 “머스크는 비전과 야망, 실행력을 결합한 기업가정신의 원형”이라고 치켜세웠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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