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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EU 이혼절차 돌입... 메이 총리 "우리 바나나는 우리가 딴다"

중앙일보

입력

영국이 2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하고 29개 회원국과 2년 간의 협상에 돌입했다. 지난해 6월 국민투표에서 52% 대 48%로 브렉시트가 가결된 지 9개월 만이다.

28일 EU 탈퇴 통보문서에 서명하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AP=뉴시스]

28일 EU 탈퇴 통보문서에 서명하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AP=뉴시스]

“영국은 영원히 유럽 대륙의 일부”
테리사 메이 총리는 하루 앞선 28일 브렉시트 통보문에 서명했다. 도날드 투르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보내는 이 서한에서 메이 총리는 “영국이 유럽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라며“영국은 영원히 유럽 대륙의 일부로 남을 것이며, 양측이 우호적 관계를 확립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또 “영국은 유럽을 사랑한다. EU를 떠난 뒤에도 당신들의 자동차와 와인·치즈는 영국에서 환영받을 것”이라며 향후에도 차질없이 통상을 이어가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보였다. 그러나 서한은 국가 주권을 되찾는다는 ‘브렉시트’의 본래 취지에 방점이 찍혔다. “우리의 바나나는 우리가 따겠다. 당신(EU)이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협상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EU탈퇴 규정인 리스본조약50조에 따르면 영국과 EU의 이혼 절차는 2019년 3월 29일 마무리돼야 한다. 일정에 맞춰 양측은 내년 10월까지 협상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협정은 EU정상회의 가중다수결(역내 인구 65% 이상 찬성하고 27개국 중 16개국이 찬성)로 체결되며, EU 27개 개별 회원국 의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EU에 탈퇴 통보문 보내고 60년만에 결별 #"영국은 유럽 사랑한다 우호 관계 자신해" # 메이 총리, 유화적 메시지 보내면서도 #"EU가 뭘 줄 지 기다리겠다" 협상 의지 표명 #두번 째 독립투표안 통과한 스코틀랜드 #메이 총리의 또다른 골치거리로 떠올라 #

‘이혼 합의금’ 등 협상 난항 예상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메이 총리가 EU 단일시장과 관세 동맹에서 떠나는 ‘하드 브렉시트‘를 천명한 만큼 양측은 상품·서비스·자본·인력의 이동과 국방·국경 등 전 분야에서 새 관계를 도출해야 한다. EU 측은 ‘이혼합의금’으로 600억 유로(약 72조원)를 요구하지만 영국 측은 협상결렬 시 한 푼도 내지 않고 나간다는 입장이다.
반면 협상의 장애물이었던 험난했던 대외 환경은 최근 두어 달 새 호전됐다.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전 세계는 극우 포퓰리즘 열풍을 본격적으로 불러왔다. 미국 대선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고, 주요 선거를 앞둔 유럽 대륙에선 극우 정당이 득세했다. 더 이상의 이탈을 막기 위해 EU는 탈퇴 첫 사례인 영국에 ‘본때’를 보일 태세였다. EU와의 무역에서 영국이 희생을 치르게 될 것이며, 향후 영국 경제는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15일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후보가 예상 밖으로 부진한 것이 계기가 됐다. 네덜란드 덕에 대륙의 극우 열풍이 한 풀 꺾일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다음달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 전망도 우호적이다. 지난 21일 첫 프랑스 대선후보 TV토론 이후 친EU 성향인 무소속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의 지지율은 20%로 떨어졌다.  


독립 강행한다는 스코틀랜드는 또 다른 변수로
외풍이 잦아드는 가운데 정작 문제는 영국 내부에서 심화되고 있다. 두번 째 독립을 추진하는 스코틀랜드 때문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 개시일 하루 전인 28일 스코틀랜드 의회는 독립투표 법안을 통과시켰다. 제1당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주도한 발의안은 야당인 녹색당의 지지를 얻어 찬성 69표, 반대 59표로 통과됐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27일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을 만난 자리에서도 메이 총리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독립에 대해 얘기할 시간을 거의 주지 않았다. 스터전 수반은 이 자리에 대해 “화기애애했다”고 말했지만 영국 언론들은 “(스터전이) 좌절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필코 밀어부치는 메이 총리 스코틀랜드를 상대로 힘겨루기에 나선 것이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스코틀랜드 표결 결과에 대해 “우리는 300년 이상 한 국가로 함께해 왔다. 우리는 함께 번영했고, 싸웠으며, 밝은 미래를 보고 있다. 중요한 시기에 더욱 뭉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스터전 수반은 이번 주 내에 메이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두번 째 독립 투표를 시행할 수 있도록 영국 의회의 권한을 넘겨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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