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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전Live③] 호남 연설로 내다본 충청 연설의 관전 포인트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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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29일 두번째 충청 경선을 치른다. 충청 민심을 겨냥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각 후보에게 정견 발표에서 주어진 시간은 12분. 양인석 스피치컬리지원장은 “정치 연설은 기본 테크닉보다 진솔함이 묻어나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27일 호남 경선에서 후보들이 선보인 첫 연설을 바탕으로 충청 경선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선출대회가 27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렸다. 안희정 문재인 최성 이재명 경선 후보가 연단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선출대회가 27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렸다. 안희정 문재인 최성 이재명 경선 후보가 연단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①文, “누굽니까” 연설=문재인 후보는 27일 12분간의 연설에서 14번의 질문을 던졌다.

“검증이 끝난 후보! 도덕성에 흠결 없는 후보! 어떤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을 후보! 태산 같이 든든한 후보! 여러분, 누구입니까? (문재인 문재인)”
“가장 완벽하고, 가장 확실한 정권교체, 누구입니까? 누구입니까?(문재인 문재인)”
“51대 49가 아니라 압도적인 대선승리가 필요합니다. 호남이 만들어주셔야 합니다. 압도적인 경선 승리만이 압도적인 정권교체 만들 수 있습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여러분!(문재인 문재인)”

문 후보는 지난 2015년 2ㆍ8 전당대회에서도 12번의 질문이 들어있는 연설을 했다. 당시 현장 연설이 조직력을 앞세운 박지원 후보를 따돌린데 일등 공신이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날 연설에서도 문 후보는 당시 형식을 그대로 차용했다. 하지만 일부 이재명 후보의 지지자들이 문 후보가 질문을 던지는 대목에서 “이재명 이재명”이라고 답해 연설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문 후보 측은 질문형 연설 방식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한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문 후보의 연설은 대중과 나에게 동시에 약속하는, 그래서 꼭 지킬 수 있는 것들을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약속의 화법’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5.18 정신이 명시된, 제 7공화국 헌법을 오월 영령들 영전에 바치겠다” “5·18 민주항쟁 기념식에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으로 참석해 동지들과 함께 목청껏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것이다”고 말하는 식이다.

②安, 원고 접고 즉석 연설=27일 호남 경선에서 안희정 후보는 다른 후보들이 미리 사전 원고를 배포한 것과 달리 원고 없이 연단에 올랐다. 캠프 측에선 “애드리브로 이뤄지는 연설이라 사전 원고를 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지난 2008년 전당대회에서도 준비해 온 원고를 중간에 집어 넣은 뒤 즉석 연설을 진행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날 연설에서 안 지사 특유의 거대담론 화법이 이어지며 구체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체적인 호남 공약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쉽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민주당의 역사에 충성해 왔습니다. 5.18 광주항쟁과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이라고 하는 의심을 품은 죄로 학교에서 제적되고 혁명의 길을 걸었던 그 순간부터 저는 37년, 이 민주당의 역사에 충성을 했고 이 민주당의 역사와 함께 해 왔습니다.”  
“최근에 제가 우클릭 한다고들 걱정하십니다. 광주 시민 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우클릭이 아닙니다. 이 길은 김대중과 노무현, 그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기 위한, 민주당의 젊은 후손, 저 안희정의 길입니다. 이 길을 갈 때라야만, 우리 민주당은 확실한 집권 주도세력이 될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연설 원고를 갖고 연단에 오르지 않았다. 대신 실무진이 연설 자료를 정리해주면 노 전 대통령이 키워드 몇개만 적어 연단에 올라가는 식이다. 키워드 몇 개로 얘기를 풀어나가며 상황에 따라 즉석에서 할 얘기를 추가했다.안 후보가 이날 충청 경선에서도 원고 없이 연설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③李, ‘노무현 벤치마킹’=이재명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형님 폭언 사건’의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경선 당시 장인의 좌익 활동을 문제 삼는 보수 후보에게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라고 응수했던 대목을 연상하게 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화전민 집안에 시집와 힘겨운 삶을 이어가야했던 어머니는 시장 화장실을 청소하며 칠남매를 키웠습니다.셋째 형님이 시정에 개입할때 그걸 막다가 우리 집안에 싸움이 났습니다. 어머니를 때리고 입에 담지못할 패륜적 폭언을 퍼붓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젝 어머니 떄문에 형님부부와 싸웠는데 이 장면이 또 녹음되어 전 국민이 들었습니다. 제가 참았어야 했습니다. 제가 부족했습니다. 앞으로는 하지 않겠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하지만 대안 제시의 실패로 힘이 빠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문 후보님이 후보가 되면 정권교체가 됩니다. 안 후보님이 후보가 되도 정권교체 됩니다. 최성 후보님이 후보가 되도 정권교체가 됩니다. 이재명이 후보가 되도 정권교체가 됩니다. 그러나 더 나은 정권교체, 세상이 바뀌는 정권교체가 됩니다, 여러분”이라고 말하는 대목 등이다. 가장 대중적이고 직설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이 후보 답게 틀에 박힌 화법을 탈피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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