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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호남 경선 선거인 수도 파악 못 해 … 민주당 빛바랜 200만 명 경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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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들이 지난 27일 오후 광주여대 체육관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들이 지난 27일 오후 광주여대 체육관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호남권의 경선 투표율은 얼마일까.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정답은 ‘모른다’이다. 지난 27일 오후 7시 민주당 선관위는 경선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모으면 뭐하나 관리도 못하는데 … ” #학생 동원 의혹 우석대 교수 고발도

발표자료에는 유효 투표수(23만6358표)와 후보별 득표율은 나와 있었지만 전체 선거인단의 규모와 투표율은 빠져 있었다. 당에서 선거인단 규모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통신사를 비롯해 많은 언론사가 자료에 나온 ‘선거인 수’를 합산해 호남 경선인단을 41만5717명이라고 보도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오보가 됐다.

양승조 당 선거관리위 부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광주·호남 선거인단의 총 규모는 41만5717명이 아니다”며 “권리당원이 중복 체크된 것 같다”고 말했다. 20일 현장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권리당원은 25~26일 ARS(모바일) 투표에 참여할 기회를 줬는데 이 과정에서 두 번 계산됐다는 이야기다. 실제 당에선 현장투표에 참여한 호남권 권리당원의 규모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총 선거인단 숫자를 정확히 모르니 투표율(유효투표수/총선거인단)은 구하려야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선관위의 선거 관리가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2일에는 일부 투표소에서 진행된 개표 결과가 개표 후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유포됐다. 각 캠프에서 참가한 1000여 명의 참관인 중 지역위원장 6명이 단체 카톡방에 투표 결과를 올린 것도 확인됐다. 하지만 당의 어느 누구도 유출사고에 책임을 진 사람은 없었다. 25일 충청권 TV토론회는 충북 지역에만 방송되는 것이 토론 하루 전에 확인돼 충남 지역이 안방인 안희정 후보 측의 반발을 샀다. 논란이 계속되자 민주당 한 관계자는 “200만 명이 넘는 경선인단을 모으면 뭐하냐. 관리도 제대로 못하는데…”라고 탄식했다.

링 밖에서도 동원 논란이 발생하는 등 각종 잡음이 끊이질 않으며 경선 흥행의 빛이 바래고 있다. 전북 선관위는 지난 27일 문재인 후보 지지모임에 학생들을 동원한 의혹을 받고 있는 우석대 태권도학과 A교수 등 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A교수는 지난 2월 12일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 문 후보의 지지모임인 ‘새로운 전북포럼’ 출범식에 학과생 172명을 참석시켰다. 선관위 조사 결과 A교수는 이 과정에서 학생 1인당 3만6000원 상당의 식사와 영화 관람비 7000원 등 총 505만7000원을 지불했다고 한다. 이에 들어간 비용은 지방특성화대학에 지원된 예산 중 일부로 충당했다. A교수는 실제 ‘새로운 전북포럼’의 회원이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개인의 일탈행위다. 사정기관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며 “캠프 차원에서 책임질 사안이 드러나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 등은 “전북포럼의 공동대표는 문 전 대표의 전북지역 총괄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도현 시인으로 A교수와 같은 우석대 교수”라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제주 선관위도 27일 안희정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 기자회견을 하면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B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민주당 제주도당 대학생위원장을 지낸 B씨는 지난 20일 안 후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동의도 구하지 않은 1219명의 이름을 적어 ‘안 후보 지지자 명단’이라고 배포했다. B씨는 안 후보 측과 공모한 것은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앞서 23일에는 중앙선관위가 경기도 성남시 공무원 C씨가 이재명 후보 지지글을 페이스북에서 공유 게시했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단순히 1, 2, 3위를 정하는 순위게임이 아니다. 스마트한 유권자들은 그 정당이 수권능력을 갖춘 정당인지 , 반칙이 통하는지 아닌지까지 경선을 통해 보고 있음을 민주당은 과연 알고는 있는 걸까.

글=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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