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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서 2017년으로 … 교동도, ICT 타임머신을 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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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모니터 12개를 이어 붙인 560인치(14m) 대형 화면에 폐쇄회로TV로 촬영한 북녘땅이 보인다. 인천 교동도에서 2.6㎞ 떨어진 황해도 연백평야다. 해주만과 예성강 하류 사이에 펼쳐진 기름진 논과 병풍처럼 논을 둘러싸고 있는 야트막한 산. 북녘에 고향을 둔 사람이라면 마치 고향이 눈앞에 있는 듯 연백평야의 사계절을 대형 화면에서 만날 수 있다. KT가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 대룡시장 인근에 28일 오픈한 정보기술(IT) 관광안내소 ‘교동제비집’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KT는 이날 행정자치부·인천시 등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교동도를 ‘평화와 통일의 섬’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키로 했다.


KT가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에 ‘교동 기가 아일랜드’를 조성한 것은 개발에 뒤쳐진 휴전선 접경 지역을 통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관광 특구로 변모시키기 위해서다.

인천 강화군 교동도를 찾은 자전거 관광객이 28일 교동도의 ‘핫 플레이스’ 대룡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KT가 대룡시장 인근에 설립한 정보기술(IT) 관광안내소 ‘교동제비집’은 관광객에게 자전거와 스마트워치를 빌려 준다. 관광객은 ‘교동도 앱’을 다운 받아 교동도 내 상점에서 쓸 수 있는 할인 쿠폰도 받을 수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인천 강화군 교동도를 찾은 자전거 관광객이 28일 교동도의 ‘핫 플레이스’ 대룡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KT가 대룡시장 인근에 설립한 정보기술(IT) 관광안내소 ‘교동제비집’은 관광객에게 자전거와 스마트워치를 빌려 준다. 관광객은 ‘교동도 앱’을 다운 받아 교동도 내 상점에서 쓸 수 있는 할인 쿠폰도 받을 수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교동도는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 주민 3만여 명이 피난을 했던 섬이다. 지금도 100여 명의 실향민이 교동 대룡시장 인근에 산다. 교동대교가 생긴 2014년 전까지는 배를 타고 건너가야 했고 북한이 코앞에 있다는 이유로 민간인의 출입도 까다로웠다. 개발은 더뎠고 교동도의 시간은 1960년대에서 멈췄다. 복고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60년대의 풍경은 오히려 관광 자원이 됐고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되면서 서해의 관광 명소로 탈바꿈할 채비를 하고 있다.


교동제비집은 단순한 관광안내소가 아니라, 지역 주민을 위한 화상강의실과 갤러리·영화관 등으로도 활용된다. 또 대형 화면을 이용해 교동도와 황해도를 잇는 ‘평화의 다리’ 만들기도 체험할 수 있다.


교동제비집에선 360도 가상현실(VR) 카메라로 교동향교·교동읍성·화개산·연산군 유배지 등 교동도의 관광 명소를 미리 둘러볼 수도 있다. 교동도는 강화도처럼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도 좋은 섬이다. 농기계가 다니던 농로를 이용해 자전거 길을 만들고 걷기 좋은 길을 포함해 38㎞의 평화나들길도 내년을 목표로 조성된다.


상점이 모인 대룡시장은 ‘타임머신을 타고 떠나는 60~70년대’ 분위기로 꾸며진다. 시장 내 설치된 인공지능 텔레비전 ‘기가지니’에게 당시 유행했던 노래를 신청하면 시장 곳곳의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는 아빠의 청춘(오기택)·하숙생(최희준)·하얀손수건(트윈폴리오) 등 옛노래를 들을 수 있다. 실향민들이 만든 북한 음식들도 맛보고 주민들이 직접 그린 미술 작품들도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 주민을 위한 ICT 서비스도 마련했다. KT는 교동도의 독거노인들을 위해 건강 상태를 관리하는 전기사용량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만들었다.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 30가구의 전기 사용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하고, 평소보다 확연히 전기 사용량이 줄어든 가구가 있으면 교동면사무소 복지담당 공무원이 가가호호 방문하게 된다.


KT가 교동도에 ICT 설비 구축에 나선 것은 교동대교가 놓인 이후에도 지역 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교동도가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만에 갈 수 있게 되고 민간인 통제 시간도 오후 6시에서 자정으로 늦췄는 데도 관광객이 찾지 않는 게 고민이었다. 여기에다 개발이 더뎌 급변하는 ICT 환경에서 낙오한 ‘외딴 섬’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었다. 윤종진 KT 홍보담당 전무는 “교동도와 수도권과의 정보기술 격차가 더 늘어나선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초등학생·주민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KT ‘평화와 통일의 섬’ 프로젝트 #한국전 때 황해도 주민 3만 명 피난 #민간인 출입 까다로워 개발 더뎌 #VR 카메라 설치, 관광 명소 감상 #주민 위한 화상강의실·갤러리 열어 #독거노인 건강관리 시스템 제작도

글=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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