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AI 예방적 살처분 정당"…농장주 "건강한 닭들과 같이 죽겠다"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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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있는 '참사랑 동물복지농장' 내부 모습.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있는 '참사랑 동물복지농장' 내부 모습.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저는 법원의 결정을 못 받아들여요. '아이(닭)'들과 같이 죽어야죠.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다 빚이고 살아갈 방법이 없는데…."

 유소윤(54·여)씨는 2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울부짖었다. 법원이 이날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당국의 예방적 살처분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려서다.

 전주지법 행정2부(재판장 이현우)는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있는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의 주인인 유씨 부부 등이 익산시장을 상대로 낸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있는 '참사랑 동물복지농장' 내부 모습.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있는 '참사랑 동물복지농장' 내부 모습.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재판부는 "소명자료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살처분이 집행될 경우 신청인이 입게 될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금전으로 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결정했다.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거나 이를 예방하기 위해 살처분 집행 절차를 정지할 긴급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익산시 등이 낸 소명자료를 인용해 "살처분 집행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했다.

 유씨 부부는 2015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 기준(㎡당 9마리)보다 넓은 닭장(㎡당 5마리)에서 산란용 토종닭 5000여 마리를 풀어 키워 왔다. 하지만 지난 5일 농장에서 2.1㎞ 떨어진 육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됐다.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있는 '참사랑 동물복지농장' 내부 모습.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있는 '참사랑 동물복지농장' 내부 모습.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AI 확진 농장에서 반경 3㎞ 안에 있는 16개 농장의 닭 85만 마리는 모두 살처분됐지만 유씨 부부는 "건강한 닭들을 죽일 수 없다"며 지난 10일 법원에 살처분 집행정치 가처분 신청과 함께 살처분의 위법 여부를 가리는 본안 소송을 냈다.

 유씨는 "지금도 닭들이 잘 뛰어놀고 잘 날아다닌다. 자기들 죽을 줄도 모르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실제 익산시에 따르면 AI 바이러스 최대 잠복기(21일간)가 지난 현재까지 유씨 농장에서는 폐사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유씨는 "닭들에 이상이 있으면 살처분을 받아들일 수 있다"며 "잠복기가 끝난 어제(27일)부터 익산시와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에 간이키트 검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아무도 안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가 문제가 아니라 내년에 다른 농가에서 또 AI가 터지면 우리가 아무리 잘 키워도 또 아이 같은 닭들을 죽여야 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익산시도 난감 입장이다. 법원의 기각 결정을 토대로 살처분을 집행해야 하지만 농장주가 여전히 완강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희환 익산시 미래농정국장은 "농가를 계속 설득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다"며 "설득이 안 되면 대집행을 검토해야 하는데 판례상 농가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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