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반라여성 살인·방화사건, 치밀한 계획범죄로 드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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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 반라(半裸) 여성 살인·방화사건은 채무갈등이 불러온 우발적 범죄가 아닌 처음부터 돈을 노린 계획된 범죄로 드러나고 있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지난 27일 오후 8시 50분쯤 살인 및 방화 등 혐의로 이모(38·여)씨 등 2명을 서울 서대문에서 붙잡아 경찰서로 압송, 조사 중이다. 이씨는 지난 20일 오전 5시쯤 시흥시 정왕동 지인 A씨(38·여)의 거주지에서 A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뒤 26일 오전 3시 40분쯤 다시 찾아가 사체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경찰에 “200만원을 갚지 않은 나를 A씨가 무시해 화가 나 그랬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경찰은 철저히 계획된 범죄로 보고 있다. 이씨가 처음부터 A씨의 돈을 노린 범죄로 조사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씨는 사건 전날(19일) A씨 집에서 함께 잠을 잤다. 술도 마셨다고 한다. 이후 채무문제로 다툼이 벌어졌다. 이씨는 집 안에 보관 중인 흉기를 휘둘렀고, A씨는 방어과정서 몸 곳곳에 상처가 생겼다. 흉기를 든 이씨는 A씨를 제압 후 테이프로 더는 A씨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얼굴과 손 등을 감았다.

강도 위장하려 하의 벗기고, 단서 없애려 불 질러 #온몸에 흉기상처 개인정보 빼내려 한 듯

제압 뒤 흉기로 A씨 몸 곳곳을 찔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이뤄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1차 부검결과 A씨의 몸에서 흉기에 의한 상처가 40여개 발견됐다. A씨 사인은 과다출혈이다. 이씨는 이에 대해 “화가 나 그랬다”고 우발적인 상황임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A씨의 주민등록번호·휴대전화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찌른 것은 아닌지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과정서 A씨의 치밀함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한 이씨는 흉기로 A씨의 목과 배 등을 찔렀고 A씨는 과다출혈로 숨졌다. 이어 강도의 소행으로 범행을 위장하기 위해 A씨 하의를 모두 벗겼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26일 새벽 범행현장을 찾아 테이프가 감긴 사체의 얼굴 등 상반신에 불을 질렀다. 경찰은 테이프에 남은 자신의 지문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은 집안으로 옮겨 붙지 않고 꺼졌다.

이씨는 A씨를 살해한 이후 A씨 개인정보를 이용, 제2금융권에서 10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그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 옷을 갈아입기도 했다. 특히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범행 중 자신의 휴대전화를 공범인 지인 강모(48)씨에게 넘겼다. 강씨는 이씨와 함께 서대문에서 긴급체포된 인물이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이씨에 대해 살인 및 방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강씨는 범죄은식 등 혐의 조사 후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시흥=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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