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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퇴근 후, 은퇴 후 연주·노래 배우니 삶이 더 즐거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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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 낙원동 낙원악기상가 야외공연장에 모인 직장인들이 취미활동으로 바이올린·건반·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있다. 프리랜서 조상희

지난 24일 서울 낙원동 낙원악기상가 야외공연장에 모인 직장인들이 취미활동으로 바이올린·건반·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있다. 프리랜서 조상희

악기로 힐링하는 사람들

기타·우쿨렐레·보컬 강습
낙원악기상가 무료 진행
올해는 악기·수강생 늘려

악보에 집중하며 고민거리를 잊고, 악기 선율에 따라 흥얼거리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집 안에서는 물론 모임이나 여행 중에도 ‘반려악기’ 하나만 있으면 즐거움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삑삑 소음 같던 악기 소리가 점차 아름다운 음악이 되면서 짜릿한 성취감까지 얻는다. 반려악기의 매력과 초보자를 위한 무료 강습 이벤트 등에 대해 알아봤다.

“그대여, 그대여~ 오늘은 우리 같이 걸어요 이 거리를~.” 3개월째 우쿨렐레를 배우고 있는 회사원 김수경(29·여·서울 시흥동)씨는 요즘 노래 가사를 입에 달고 산다. 무료했던 퇴근 후 저녁시간은 악기 연주와 노래 연습으로 정신 없이 바빠졌다. 김씨는 “지난달 우쿨렐레를 들고 혼자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언어가 달라 의사소통이 힘든 외국인 여행자들과도 악기 연주로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며 “우쿨렐레는 혼자 있을 때마다 외롭고 울적한 나를 위로하는 친구 같다”고 말했다.

악기를 연주하며 삶의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바쁘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악기 연주에 집중하다 보면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일 스트레스도 자연스럽게 날아가 버린다.

악기 연주는 스스로 몸을 움직이며 참여해야 하는 ‘능동적 행위’라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수동적인 취미활동과 달리 직접 몸으로 악기를 연주하면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대학원생 강재준(32·서울 이문동)씨는 “오랜 기간 취업을 준비하며 자존감이 떨어졌는데 바이올린 연주 실력이 조금씩 늘고 하나의 연주곡을 완성하게 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날리고 자신감 찾고

은퇴 후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악기를 찾는 사람도 많다. 악기가 치매를 예방하고 삶의 활력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악기를 연주하려면 손가락을 다양한 각도로 움직이고 악보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는 뇌의 신경세포를 자극해 치매 진행을 막는다. 입으로 바람을 불어 소리를 내는 관악기는 폐 건강에 도움을 준다. 깊은 호흡을 반복하다 보면 폐활량이 늘어난다.

악기는 외부 활동이 줄어든 노년기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퇴직 후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한 권형수(65·경기도 수정구 신흥동)씨는 “한 달에 한 번씩 초·중·고 동창회를 나가 친구들과 술 한잔 기울이는 게 손에 꼽는 외출이었는데 색소폰을 배우니 정기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합주할 수 있어 즐겁다”며 “막내딸 결혼식에 축하 연주를 하기 위해 맹연습 중”이라고 말했다.

악기 연주가 처음인 초보자라면 기본부터 무료로 연주법을 알려주는 이벤트를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낙원악기상가가 지난해부터 진행하는 ‘반려악기 캠페인’이 있다. 원하는 사람 누구나 평생 친구이자 동반자로서 악기를 다뤄 보자는 목적으로 기획됐다. 평소 연주해 보고 싶었던 악기가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해 볼 수 있고, 한 번도 악기를 배워 본 적이 없다면 자신과 어울리는 악기를 찾아볼 수도 있다.

다음달 5~23일 참가 신청 접수

이 캠페인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수업하는 ‘미생 응원 이벤트’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반려악기 강습 이벤트’로 구분된다. 기타·우쿨렐레·보컬을 배울 수 있는 ‘미생 응원 이벤트’는 지난해 처음 진행됐다. 지난해 신청자가 대거 몰린 탓에 올해는 강습 인원을 두 배로 늘리고 배울 수 있는 악기도 추가했다. 참가 신청은 오는 4월 5~23일에 낙원악기상가 공식 SNS인 페이스북(www.facebook.com/nakwonmusic)과 블로그(blog.naver.com/enakwon)에서 하면 된다. 신청자는 기타·우쿨렐레·보컬 강습 중 배우고 싶은 과목 한 가지를 선택하고 배우고 싶은 이유를 작성해 응모하면 된다. 강습별로 4명씩 총 12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수업은 5월부터 6월까지 두 달간 8회 강습으로 진행된다. 또 신청자 중 추가로 5명을 선정해 영화 예매권을 준다.

기타·건반·색소폰·바이올린·드럼·우쿨렐레를 1대1로 배울 수 있는 ‘반려악기 강습 이벤트’도 열린다. 수업은 평일 낮시간에 진행된다. 1대1 개인강습이기 때문에 악기를 집중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학생이나 주부, 노년층이 참여하기 좋다. 5월 중에 참가자를 모집하고 6월부터 7월까지 강습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들의 낙원상가’ 관계자는 “지난해 진행한 악기 강습 이벤트에 많은 사람이 신청하면서 올해는 더욱 많은 분에게 혜택을 주고자 강습 인원을 늘렸다”며 “낙원악기상가에서 진행하는 무료 악기 강습을 통해 자신만의 반려악기를 찾고 생활의 활력도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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