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의 정치바람-3|기도회·법회등 잇단 「선거모임」|종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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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종교계에도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 계절풍이 심하게 몰아치고 있다.
대통령후보들의 개인적 종교 배경이 벌써부터 보이게 안보이게 선거전에 활용되면서 뜨거운 접전의 양상을 보인다.
일부 후보들의 지방유세 나들이에는 강론·간증·기도회·당선기원법회등의 이름으로 특정후보의 당선을 노골적으로 기원하는 「종교모임」이 있어왔고 서울에서도 그동안 교회· 사찰·호텔·식당등에서 특정후보의 지지와 당선을 기원하는 기도회·법회가 잇달아 열렸다.
최근 창당된 일체민주당의 김선적총재·한얼주의통일 한국당의 신정일 총재 등 군소정당의 후보들은 아예 자신들의 종교적 배경을 정치이념화하여 중요 지지기반을 종교에 두고 있다.
물론 아직은 이러한 양상이 하나의 도식으로 고정된바 없고 교회차원의 공식적인 「지지」나 「후원」이 대외적으로 표명된바도 없다.
후보들의 종교적 성향에 관련한 종교계의 지지는 진보-보수의 신학노선차이나 개인 선호, 과거부터의 연대등에 따라 같은 교단·교파안에서도 지지후보가 달라지는 복잡한 양상이다.
천주교는 초기 지방유세때 특정 후보의 성당내 강론·간증에 잡음이 일자 교회의「정치참여」에 새삼 신중한 자세를 취하면서 대외적인 표출이나 성역의 선거유세강화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선거는 어느때 보다도 후보들의 종교적 성향이 득표전략과 깊숙이 연계되면서 중요 지지기반의 하나로 공공연히 전면에 부상하고있다.
교지라는 단순한 「심정적 차원」의 동조로 끝날지 아니면 투표에까지 연결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후보들의 종교적 색채가 각 종교 신자들 사이에서 널리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종교가 이번 대통령선거에 어느때 보다도 깊숙이 연계되고 있는데는 몇가지 상황적 배경이 있다.
첫째는 유신이후의 반독재·민주화운동과 인권·노동운동등에서 종교와 정계 야권의 밀접한 관계가 맺어졌다는 점.
그리고 대권주자들이 공교롭게도 각기 개인적 신앙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노총재와 양김의 개인적·가족적 종교배경이 뚜렷하게 구별돼 있어 자연 발생적인 종교간의 경쟁심(?)같은 것을 유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권주자들은 그래서 이미 후보 예상자때부터 음·양으로 자신들의 신앙과 연계되는 종교계의 지지를 은근히 부추겨왔다.
더우기 야권 후보자들은 재야의 중요 세력을 이루고 있는 적극적인 사회참여 노선의 종교인들이 자신의 적극적인 지지자가 돼주도록 많은 공을 들인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종교계의 대통령선거 열기는 이미 몇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첫째는 거듭 논란돼 온 종교의 정치참여 한계문제다.
종교는 국가·민족의 존망위기를 구원하고 정치·경제·사회문제에 대한 원리원칙론과 일반론을 제시함으로써 정의의 양심을 일깨우는게 본분이다.
천주교의 한 신부는 『특정인을 성당으로 초청, 지지한다는 것은 성당자체가 세속안으로 들어가는 결과를 의미하며 여야, 지배자와 피지배가 다함께 모인 공동체라는 교회본래의 의미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둘째는 성역의 수호문제다. 교회나 사찰이 극장·시민회관처럼 정치 유세장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스스로 성역의 위엄을 허무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세째는 국가 민주화에 대한 교회의 역할문제다.
주재용교수 (한신대)는 『월간 목회』 11월호 시론에서『교회는 당연히 국가민주화에 대한 하느님의 음성을 증언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교회는 결코 정치단체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가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거나 또는 정치권력 지향의 입장에서 국가민주화의 작업에 참여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이번 대통령선거와 관련한 종교간의 후보별 지지분할은 종교간 대립양상을 심화시켜 자칫 지역감정에 버금하는 민족분열의 불씨가 될 위험마저 없지않다는 점에서 종교안팎의 냉철한 판단과 자제가 요망된다는 여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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