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내친구] 생활비 안 주는 의사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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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전북 전주에서 혼자 사는 박모(73ㆍ여)씨는 요즘 난방비 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2년 전 사별한 남편이 재산을 남겨놓지 않은데다, 아들(45)과 딸(43ㆍ주부)이 생활비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들은 의사로 일하고 있다. 박씨가 자녀에게 법적으로 생활비를 요구할 수 있을까.

A : 민법(제974조.부양의무)에 따르면 직계혈족 사이 또는 배우자끼리는 부양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직계혈족이란 증조-조부모-부모-자녀-손자손녀-증손 등을 말한다.

현재 박씨는 나이가 많아 일을 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따라서 박씨는 자녀에게 "매달 일정 금액의 부양료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자녀를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한 만큼 부양료 요구는 법적으로 정당한 것이다.

부양료 신청서는 자녀의 주민등록상 주소가 있는 관할 법원에 내야 한다. 박씨의 경우 자녀 주소가 서울이라면 서울가정법원에 내면 된다. 호적등본, 자녀의 주민등록등본 등도 준비해야 한다.

신청서에 자녀가 경제적 능력이 있고, 박씨가 곤궁한 처지라는 점을 자세히 밝힐 필요가 있다. 또 자녀의 재산 관련 자료(자녀가 소유한 부동산의 등기부등본 등), 박씨 처지를 잘 아는 주변 사람의 진술서 등도 내면 좋다. 변호사 비용이 없다면 대한법률구조공단이나 여성단체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법원은 신청이 들어오면 양측의 생활형편 등을 3개월가량 조사한다. 이후 양측 간의 조정이 잘 안 되면 재판을 열어 부양료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 신청부터 법원 결정까지는 보통 6개월~1년 걸린다.

부양료 청구사건은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더라도 법원이 후견인의 입장에서 재량을 갖고 재판한다. 예컨대 부양료를 청구했지만 판사가 볼 때 거동이 불편해 누군가 곁에서 돌봐줘야 할 경우엔 "직접 모시고 살라"고 명령할 수도 있다.

법원은 자녀의 능력, 자녀 뒷바라지를 위해 헌신한 정도 등을 감안해 보통 월 30만~100만원, 많게는 200만원까지도 부양료를 인정해 준다. 박씨의 경우 주부인 딸보다 경제적 능력이 있어 보이는 아들에게 더 많은 부양료를 내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 양육.교육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신청이 기각되거나, 아주 적은 금액만 인정된다. 법원 결정 후에도 부양료를 주지 않으면 상대방 재산에 대해 경매 등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하재식 기자

자료협조=법무부 보호과 법교육팀(www.lawedu.go.kr),법률자문=김수진ㆍ이명숙 변호사, e-메일 법률상담=대한법률구조공단 사이버상담팀

◇민법제975조(부양의무와 생활능력):부양의 의무는 부양을 받을 자가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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