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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처럼 북적이진 않는데..." 기행 속출하는 삼성동

중앙일보

입력

26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삼성동 자택 앞을 지키고 있다. 장진영 기자

26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삼성동 자택 앞을 지키고 있다. 장진영 기자

누런 박스를 든 채 개량한복을 입은 박모(52)씨가 지난 24일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나타났다. 그는 바닥에 박스를 깔더니 갑자기 박 전 대통령 자택을 향해 큰절을 하기 시작했다. 큰절은 10시간 동안 이어졌다. “탄핵에 반대하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했다”는 게 박씨 설명이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자택에 복귀한 지 2주가 지나면서 인근에 ‘기행’을 서슴치 않는 열성 지지자가 속출하고 있다. 초반에 지지자 수백 명이 몰렸을 때에 비해 인원 수는 20여명 정도로 줄었지만 독특한 행동을 하는 이가 많아 인근 주민들의 우려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 오전 11시 쯤에는 삼성동을 찾은 이들도 주민들과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A(85)씨는 딸이 “여기가 대통령 집 앞이다”고 말하자 “박근혜 대통령님!”이라고 만세 삼창을 한 후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울먹였다.

같은 날 오후 7시쯤에는 박 전 대통령 팬카페 ‘근혜동산’ 회원 30여명이 자택을 방문했다. 이들은 “대통령님 옥체를 보전하시고, 꼭 환궁하세요”라고 외치며 눈물을 글썽였다. 박 전 대통령에게 미리 써온 편지를 큰 소리로 낭독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예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라고 반복적으로 외치며 태극기를 들고 자택 주변을 활보하는 60대 여성 두 명도 이날 눈에 띄었다.

주민들은 불안감을 토로했다. 삼릉초 학부모라고 밝힌 김모(38·여)씨는 "지지자 수가 줄었어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등하교 길에 기이한 행동을 하는 이들을 마주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지자들의 기행을 엄격하게 제지하지는 않고 있다. 자택 앞을 지키는 경찰 관계자는 “워낙 열성 지지자들이라 괜히 막으려 하다가는 더 큰 소란이 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지나치게 소란스럽거나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은 그냥 두거나 주의를 주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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