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영웅 출현에 열광 … 한국에도 몰아친 '워드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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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한국시간) 월트 디즈니 광고 촬영을 위해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디즈니 월드를 찾은 제40회 수퍼보울 MVP 하인스 워드가 미키마우스 캐릭터와 함께 웃고 있다. 오른팔에 자신의 한글 이름과 함께 미키마우스 문신을 한 워드는 "미키마우스는 즐거움을 상징한다.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라며 낙천적인 인생관을 밝힌 바 있다. [올랜도 AP=연합뉴스]

미국 프로풋볼리그(NFL)의 정상에 오른 하인스 워드(30.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성공 스토리에 우리 사회가 빠져들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이벤트인 수퍼보울(NFL 결승전)에서 한국계 선수가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것 자체만으로도 큰 화젯거리다. 하지만 미군 병사와의 사이에서 난 혼혈아가 NFL의 스타로 변신하기까지 어머니 김영희(56)씨가 이역만리에서 흘렸던 눈물과 땀의 사연이 국민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워드의 MVP 수상 소식이 알려진 6일 오후부터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엔 '위대한 모성'에 경의를 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어떤 영화 시나리오보다 감동적이다"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을 극복하고 인생역전을 이룬 워드 모자(母子)에게 박수를 보낸다"는 등의 내용이다.

NFL의 저변이 점차 넓어지면서 스포츠 영웅으로서 워드 개인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벌써 인터넷 팬카페도 4~5개 생겨났고, 수퍼보울에서 워드의 활약상을 담은 동영상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인터넷 다음 토론방에선 '워드를 명예 한국인으로 만들어 주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워드의 투혼에 민족적 자긍심을 느낀다"는 반응도 많다.

문화평론가 이동연씨는 "워드의 성공담은 국적을 떠나 누구나 공감할 극적 요소가 충분하다"며 "특히 한국 내 차별을 피해 미국으로 간 워드가 그곳에서 소수민족 차별을 이겨내고 가장 미국적 스포츠인 수퍼보울에서 승리, MVP가 됐다는 사실이 우리 국민의 감성코드를 건드렸다"고 분석했다. 영웅의 출현에 목말라하는 20~30대의 심리가 작용했다는 관측도 있다.

이번 기회에 혼혈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워드는 한인 교포사회에서조차 혼혈이라는 이유로 배척당하는 설움을 겪었다고 한다. 한 네티즌은 "워드가 우리나라에서 계속 살았으면 '튀기'라고 놀림당하면서 학교나 제대로 다닐 수 있었겠느냐"며 "색안경을 끼고 혼혈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배타적 민족주의는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드의 성공을 가능케 해준 미국 사회의 문화적 포용성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혼혈인 차별 철폐 시민운동을 벌이고 있는 '하이패밀리'의 여한구 사무총장은 "워드의 성공을 계기로 혼혈인 인권에 관심이 생긴 건 환영하지만 '반짝 신드롬'에 그칠까봐 걱정된다"며 "워드 성공신화에 대한 관심이 혼혈인 인권 문제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워드 열기'는 상업광고로 이어질 조짐이다. 4월 어머니와 함께 방한하는 워드를 광고에 섭외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워드 모시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정강현.김호정 기자

<워드 신드롬>

- 한국 어머니의 힘에 감동

- 혼혈 배척문화 부끄럽다

- 4월 한국 방문 국민적 환영

-'절반의 한국인' 투혼에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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