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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한 홍콩 시민들 ‘제2 우산혁명’ 시위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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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6일 친중파 캐리 람(林鄭月娥·60) 전 홍콩 정무사장(가운데)의 행정장관 당선이 발표되는 순간 한 시민이 노란 우산을 펼치며 항의하고 있다. 람은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의 지지에 힘입어 당선됐다. 2014년 홍콩에서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노란 우산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뉴스1]

26일 친중파 캐리 람(林鄭月娥·60) 전 홍콩 정무사장(가운데)의 행정장관 당선이 발표되는 순간 한 시민이 노란 우산을 펼치며 항의하고 있다. 람은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의 지지에 힘입어 당선됐다. 2014년 홍콩에서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노란 우산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뉴스1]

26일 홍콩컨벤션센터에서 간선제(일명 ‘체육관 선거’)로 치러진 제5대 행정장관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중국 당국은 웃고 홍콩 시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시민 92% 지지 받은 창 떨어지자 #수백 명, 거리로 나와 직선제 요구

이날 선거에선 강경 친중파 캐리 람(林鄭月娥·60) 전 정무사장(총리 격)이 777표(전체 선거인단 1194명)를 얻어 선출됐다. 오는 7월 취임하면 홍콩에서 첫 여성 행정장관이 된다. 행정장관은 홍콩특별행정구의 행정수반이자 최고책임자다. 람의 당선으로 중국의 홍콩 간섭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람과 경쟁했던 온건 친중파로 시민들과 범민주파의 지지를 받았던 존 창(曾俊華·65) 전 재정사장(재정장관)은 간접선거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는 365표(30.6%)에 그쳤다.

지난 20일 발표된 시민 6만5000명이 참여한 모의투표에서는 창이 91.9%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람의 지지율은 1.5%에 불과했다. 하지만 람에겐 베이징 정부가 있었다. 중국 당국은 일찌감치 그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고 그를 후보로 추천한 선거인단은 579명이나 됐다. 람이 당 중앙의 지지를 받은 것은 2014년 직선제를 요구하는 민주화운동인 ‘우산혁명’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그는 강경 대응으로 일관해 학생 시위대의 자진 해산을 이끌어 내면서 중국 정부의 신임을 얻었다. 이런 람의 승리에 대해 “상처 투성이의 승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람이 취임하는 오는 7월 홍콩에서 우산혁명 같은 대규모 반중국 시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날도 홍콩 도심에선 수백 명이 모여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피터 청 홍콩대 정치학과 교수는 본지에 “이번 선거에서도 선거인단이나 시민들의 의견과 관계없이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신임 장관은 우선 시민의 지지를 얻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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