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만드는 금융, 그리고 맛과 멋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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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호 38면

일상 프리즘

“저희는 티켓 파워를 가진 뮤지컬 스타와 아이돌 출신의 배우 캐스팅 없이 오직 공연 완성도와 관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사랑받는 공연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도움을 통해, 4년 연속 정기공연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2년 전 공연 제작업체 엘피스토리가 우리 회사를 찾았다. 당시 메르스 사태로 인해 일시적으로 공연 준비에 차질을 겪고 있던 엘피스토리는 P2P(Peer to Peer, 개인 간) 금융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해 문을 두드린 것이다. 면밀한 심사를 통해 고 김광석의 명곡을 소재로 한 최초의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투자상품이 소개됐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검증받은 이 공연에는 30초 만에 38명의 투자자가 참여해 6000만원이 모였다.

투자자들에게는 이자 수익과 함께 공연 초대권 및 할인권이 제공됐다. 추가로 제작사 측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극장 로비에 투자자의 이름이 새겨진 포스터를 붙였다. 이듬해에는 투자원금과 더불어 연수익률 16%의 수익금을 투자자들에 상환했다.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뿐 아니라,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도움을 주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재테크 수단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부분 아닐까.

엘피스토리와 같은 문화공연뿐 아니라 수제 맥주 기업 더부스, 숙박 플랫폼 야놀자, 태양광 에너지 기업 에스파워 등 유망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P2P 투자 상품이 꾸준히 공개되고 있다. 특히, 태양광 에너지 에스파워의 P2P 대출 상품에는 2387명의 투자자가 몰렸고, 6억원의 투자 상품은 빠르게 마감되었다. 당시 이 투자 상품은 대형 기관들이 선호하던 태양광 투자의 기회를 일반인들에게 제공한 사례로 평가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태원 ‘심야식당’, 통인동 ‘커피공방’, 압구정 ‘앙스모멍’ 등 각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식도락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색 외식 공간도  투자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 외에도 결혼·사업·주택마련 등 다양한 용도로 P2P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기준금리 1%대 시대를 맞아 P2P 투자 열기가 매우 뜨겁다. 현재 에잇퍼센트를 통해 십시일반 투자한 자금만 600억원을 넘었고, 평균 수익률은 9.8%을 기록했다. 주식이나 주가연계증권(ELS)에 비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얻을 수 있어 수도권 30대 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다만 은행 예금과 같이 원금을 보장하는 상품이 아닌 투자 상품이라는 점에 유의해 분산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수다. 현재 P2P 금융회사들은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통과하는 비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경제가 대중화되면서 우버·에어비앤비처럼 자동차와 숙박까지 공유하는 서비스가 인기다. 금융 부문에서도 새로운 신용평가 모형과 시스템을 적용한 직거래 시장이 태동기를 맞이하고 있다. 대형 금융기관이 자금 중개를 독점하던 시대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드는 금융’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P2P 금융은 기존 금융기관에서 소외된 보통 사람들의 열정을 응원하고 있다. 이들의 꿈이 이뤄지고 있는 공간에서 투자 수익 뿐 아니라 ‘맛’과 ‘멋’을 함게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이효진

에잇퍼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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