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석 朴 전 대통령 화법, 이번에도 '생각합니다' 단어 사용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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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21일 오전 9시 25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검찰 포토라인에 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담담한 표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조사실로 향했다. 

사진=JTBC 캡처

사진=JTBC 캡처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대국민 메시지'를 낸다고 밝혀 발언이 주목됐지만, 박 전 대통령은 두 마디만 남겼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의 두 마디에는 이번에도 "생각합니다"라는 단어가 포함됐다.

'박근혜의 말' 저자 언어와생각연구소 최종희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짧은 멘트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도 검찰에 오면서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죄송합니다'라고 직접적으로 사과하진 않았지만, 최소한은 만족시킨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에도 우회적 화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은 '생각합니다'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과거 대통령 시절 사람들에게 지시할 때 직접 화법으로 지시하지 않고, '생각합니다'를 붙인 우회적 화법으로 지시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생각한다'는 'i think'의 뜻이 아니라, 여지를 남겨뒀다는 의미다"라면서 "'국민여러분께 송구스럽다'가 아니라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한 것은, 아직 검찰 조사가 시작되기 전이니 자신의 혐의에 대해 여지를 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이날 10층으로 이동해 영상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검찰은 가급적 자정을 넘기지 않고 조사를 끝내겠다는 목표지만, 박 전 대통령이 사실관계와 법리 해석을 두고 검찰 측과 치열하게 다투면서 방어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돼 조사는 자정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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