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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아침 안 먹고 가공식품 위주 간편식, 성인병 위험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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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잡힌 영양 섭취는 건강한 식생활의 기본이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신체 건강·영양상태가 달라진다. 한국영양의학회 김동석 회장은 “현대인은 맛·칼로리 위주로 식단을 선택하면서 미량 영양소 섭취는 오히려 줄고 있다”고 말했다. 혼밥 열풍과 외식·간편식에 치우친 식단은 영양 불균형을 가중시킨다.

뚝딱 차린 간편식, 빛 좋은 개살구

배부른 영양실조가 확산하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혼밥(혼자 먹는 밥)’이다. 1인 독신가구가 늘어난 데다 가족이 있어도 생활패턴이 달라 각자 따로 먹는다. 혼자 먹다 보니 식재료를 하나씩 구입해 직접 요리하는 대신 이미 만들어진 음식을 간단히 데워 먹는다. 가정 간편식이나 편의점 도시락 등이 대표적이다. 아주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주남석 교수는 “요리를 하지 않고도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처럼 식탁을 차릴 순 있지만 영양 구성은 직접 요리한 음식과 다르다”고 말했다.

심각한 영양 불균형

이런 제품은 채소·과일 같은 식재료 비중이 낮다. 장기간 보관·관리가 까다로워서다. 대신 포화지방 비율이 높은 육가공품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나트륨·당·포화지방 비율이 높아 하루 적정 섭취 기준을 넘기기 쉽다. 수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는 “가정 간편식이나 편의점 도시락으로만 배를 채우는 것은 영양학적으로 편식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혼밥을 하면 라면·김밥·샌드위치처럼 조리가 간편한 음식을 선택한다. 메뉴 다양성이 떨어져 미량 영양소 섭취가 제한된다.

아침 거르면 보상심리로 점심에 폭식

둘째는 잦은 외식이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3명은 하루 1회 이상 외식을 한다. 특히 2040 직장인은 외식 의존도가 높다. 아침·점심·저녁을 모두 밖에서 사 먹는 경우도 흔하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선영 교수는 “외식은 비만의 주범”이라며 “더 자극적인 맛을 찾거나 맛을 중화하기 위해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된다”고 말했다.

셋째는 빈약한 아침식사다. 바쁜 아침에는 빨리 배를 채우기 위해 시리얼이나 고구마·김밥·토스트를 주로 먹는다. 서울아산병원 윤소윤 영양팀장은 “소위 아침을 때우는 음식으로는 탄수화물 외에 다른 영양소를 거의 섭취할 수 없다”며 “혈당이 빠르게 올라 쉽게 배고픔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아침을 거르면 문제는 더 심해진다. 주 교수는 “공복인 상태로 오래 있으면 이를 보상받으려는 심리로 적정량보다 많이 먹게 된다”고 말했다. 바짝 시든 꽃이 촉촉한 꽃보다 물을 더 빨리 흡수하듯 당질 흡수량이 갑자기 많아진다. 간에서 지방 합성이 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게 된다.

성인병 위험 높이는 배부른 영양실조

배부른 영양실조의 종착역은 비만·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같은 성인병이다. 김 교수는 “고칼로리 음식을 장기간 섭취하면 일상생활에서 에너지를 소모하지 못해 살이 쉽게 찌는 체질로 바뀐다”고 말했다. 남아도는 열량이 많아지면 내장지방이 축적되고 지방간으로 진행해 간 기능까지 나빠진다.

김동석 회장은 “배부른 영양실조의 다른 이름은 비만”이라며 “번거롭더라도 직접 요리하고 외식을 줄이는 방식으로 식습관을 고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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