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4명이 본 평창 슬라이딩센터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켈레톤 남자 세계 1위 마틴 두쿠루스(왼쪽), 봅슬레이 남자 2인승 세계 1위 파일럿 프란치스코 프리드리히. 평창=김지한 기자

스켈레톤 남자 세계 1위 마틴 두쿠루스(왼쪽), 봅슬레이 남자 2인승 세계 1위 파일럿 프란치스코 프리드리히. 평창=김지한 기자

"까다로워, 그래도 재미있어."


17일부터 봅슬레이·스켈레톤 월드컵 8차 대회가 열린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를 경험한 세계적인 썰매 스타들의 공통된 평가다. 시즌 마지막 대회인데다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릴 장소인 만큼 미리 트랙을 경험해보기 위해 톱랭커가 대부분 출전한 이번 대회엔 각 부문 세계 1위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새로 지어진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를 연신 흥미로워했다.

대회에 앞서 지난 3일부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은 '트레이닝 주간'을 지정해서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도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를 탈 기회를 제공했다. IBSF는 올림픽 전까지 각 국 선수들이 최대 40회 트랙을 탈 수 있도록 했다. 이때부터 올림픽 트랙에 적응하려는 세계 1위 선수들은 실제로 타면서 감각을 익히거나 관계자들이 촬영해주는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분석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세계 1위 선수들이 이야기하는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의 키워드는 '흥미(exciting)' '도전적(challenging)' '까다로움(tricky)'이었다. 스켈레톤 남자 세계 1위 마틴 두쿠루스(라트비아)는 "매우 흥미로운 트랙이다. 많이 어렵진 않지만 일부 구간에선 기록을 갉아먹을 구간이 있다"고 했다. 스켈레톤 여자 세계 1위인 야켈린 롤링(독일)은 "처음 접해보는 구간들이 있다. 내 리듬을 유지하면서 트랙을 내려오는 게 중요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봅슬레이 세계 1위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봅슬레이 남자 세계 1위 파일럿(조종수) 프란치스코 프리드리히(독일)는 "위험하지 않고, 좋은 트랙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2~3개 지점이 조종하는데 까다로운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여자 봅슬레이 세계 1위이자 2010·2014년 올림픽 여자 봅슬레이 2관왕인 카일리 험프리스(캐나다)는 "스타트 후에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코스"라면서 "도전적인 지점들이 몇 군데 있다. 1년동안 연구해야 할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스켈레톤 여자 세계 1위 야켈린 롤링(왼쪽), 봅슬레이 여자 세계 1위 파일럿 카일리 험프리스. 평창=김지한 기자

스켈레톤 여자 세계 1위 야켈린 롤링(왼쪽), 봅슬레이 여자 세계 1위 파일럿 카일리 험프리스. 평창=김지한 기자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1373m 길이에 16개 커브로 이뤄졌다. 세계 1위 선수들이 꼽은 승부처는 대부분 초반, 중후반의 특정 코스를 지목했다. 중력가속도의 5배에 가까운 힘을 2~3초 가량 받는 12번째 커브 구간과 휘어진 각도가 10도로 작지만 속도가 붙었다가 급속히 떨어져 방향을 잡기 힘든 9번째 커브 구간을 꼽았다. 실제로 9번 커브는 각 국 코칭스태프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이기도 했다. 지난달 열린 루지 월드컵에서 남자 세계 1~3위 선수들이 모두 10위권 바깥으로 밀렸다. 12번 커브엔 훈련 도중 전복 사고가 일어난 탓인지 골판지로 덧댄 부분이 있었다.

두쿠루스와 프리드리히는 연습을 통해 "9번 커브가 어렵다"고 지목했고, 로엘링은 "9번에서 12번 사이가 라인(동선)을 잡고 원활하게 내려오기 까다롭게 돼 있다"고 말했다. 두쿠루스는 17일 경기를 마친 뒤엔 "커브가 선수들이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갑자기 나타나 선수들이 놀란다"고 설명했다.

롤링과 험프리스는 초반 첫 급격한 커브 구간인 2번 커브에 대해서도 '까다로운 지점'으로 지목했다. 험프리스는 "조종이 미숙하면 스타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벽에 부딪혀 기록 단축이 많이 힘들게 만든 구간이다"면서 "잘 모르고 타면 힘든 코스"라고 말했다.

2018평창겨울올림픽에서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루지 등 썰매 경기가 펼쳐지는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사진=강원도]

2018평창겨울올림픽에서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루지 등 썰매 경기가 펼쳐지는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사진=강원도]

세계 1위 선수들은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의 시설과 환경에 대해선 크게 만족해했다. 두쿠루스는 "시설이 최신식이라 모든 면이 만족스럽다. 내가 할 일은 이 트랙을 라트비아에 돌아가서도 계속 기억하고 익히고 배우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에 온 게 처음이라는 롤링은 "좋은 날씨에 음식도 맛있어서 한국에 좋은 첫 인상을 받았다. 내년엔 꼭 금메달을 따 더 좋은 기억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