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뜨거운 서울 … 신 대방동 평균기온, 땅끝 해남과 비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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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16일 오후 사진작가들이 서울 삼성동 봉은사 경내에 핀 홍매를 촬영하고 있다. 기상청은 당분간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아 낮 동안에는 포근할 것으로 예보했다. [사진 김상선 기자]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16일 오후 사진작가들이 서울 삼성동 봉은사 경내에 핀 홍매를 촬영하고 있다. 기상청은 당분간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아 낮 동안에는 포근할 것으로 예보했다. [사진 김상선 기자]

서울 한강 이남 지역과 전남 해남은 직선거리로 300㎞나 떨어져 있다. 통상 남북으로 100㎞가량 떨어질 경우 연평균 0.6도 정도 기온 차를 보이는 걸 감안하면 해남의 평균 기온이 2도 가까이 높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서울 한강 이남 지역과 해남의 평균 기온이 거의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한강 이남 지역이 이북 지역보다 연평균 기온이 0.6도가량 높았다. 이 정도 차이면 개나리 개화시기는 3일 정도 이르고 김장 적정시기는 5일 정도 늦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중앙일보, 최근 17년간 기상자료 분석 #영등포·구로 등 녹지 적고 도시화 #난방·자동차 등 열기 쌓여 ‘열섬’ #서울 한강 남쪽과 북쪽도 0.6도 차 #개나리 개화 시기 3일 차이 나 #“도시별 예보 때 지역 세분화 필요”

이 같은 사실은 중앙일보가 현 기상청(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의 관측지점에서 최근 17년간 측정된 서울 한강 이남의 기상자료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현 기상청의 관측지점은 보통 건물 옥상 등에 설치된 무인기상관측소들과 달리 지표면에 기상장비가 설치돼 있어 서울 남부 지역의 기상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르면 서울 한강 이남 지역의 연평균 기온은 13.4도로 전남 해남(13.5도)과 별 차이가 없었다. 남쪽 해안 지역에 위치한 해남은 겨울철에는 서울보다 기온이 높고 여름철에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남은 최근 11월 기온이 10도를 넘어서면서 기상학적으로는 ‘아열대’에 접근하고 있다. 통상 월평균 온도가 10도를 넘는 달수가 8개월 이상이면 아열대 기후로 분류한다.

자료:기상청『 기상연보』와 홈페이지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

자료:기상청『 기상연보』와 홈페이지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다른 요인도 살펴봐야 하지만 연평균 기온은 기후변화 등을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값”이라며 “서울 한강 이남 지역의 높은 연평균 기온에는 ‘열섬(heat island)현상’의 영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열섬현상은 난방과 자동차 운행 등 에너지 소비로 인해 발생한 열이 흩어지지 않고 모이면서 외곽보다 도시 중심의 기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평균 기온만으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한강 이남의 대기 중에 쌓인 에너지양이 해남만큼이나 많다는 의미다.

반면 서울 한강 이남 지역과 이북 지역은 예상보다 차이가 컸다. 서울의 공식 측정지점인 종로구 송월동의 ‘옛 기상청’ 지점에서는 17년간 연평균 기온이 12.8도로 나타났다. 이곳의 측정치가 이북 지역을 대표한다고 보면 이남 지역보다 0.6도 낮았다. 연간 강수량도 옛 기상청이 1434㎜였지만 현 기상청 지점은 1312㎜로 122㎜(8.5%)나 차이 났다. 기상청은 19년 전인 1998년 지금의 신대방동 자리로 이전했다. 연평균 기온이 0.6도 높다는 건 경기도 수원에서 충청 지역의 대전으로 옮겨 갔을 때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차이다. 또 개나리 개화시기는 3일, 김장 적정시기가 5일가량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서울 내 두 지역 간의 기온이 차이 나는 데는 관측지점의 해발고도 차이 탓도 있다. 옛 기상청 지점의 해발고도는 86m, 현 기상청 지점은 34m다. 일반적으로 고도가 100m 상승할 때마다 기온이 0.5~0.6도 낮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평균 기온 차이 가운데 0.3도 정도는 해발고도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나머지 차이는 한강 이남의 급속한 도시화 영향 탓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기상청의 한상은 통보관은 “현 기상청 자리는 영등포·구로·금천구 등 녹지가 적고 도시화가 상당히 진행된 지역에 둘러싸여 있어 열섬현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국립기상연구소도 2006년 3월~2007년 2월의 서울 기온 분포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강 이남에 위치한 양천·영등포·송파·광진구 등의 열섬현상이 뚜렷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 15일 오전 7시 옛 기상청 지점을 기준으로 한 서울의 기온은 0.4도였지만 같은 시각 현 기상청 지점은 3.1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 때문에 앞으로 날씨 예보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상은 통보관은 “서울 한강 이남 지역과 이북 지역의 기상이 큰 차이를 보이는 걸 감안해 도시별 예보 때 지역을 세분화해 예보를 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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