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올해 만19세 되는 청년 절반 이상 … 앞당겨진 5월 대선에 투표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좋은 대통령 뽑는 일에 제 몫을 하고 싶었는데, 허탈하네요.” 올해 대학 신입생 김연수(19)씨의 말이다. 그는 촛불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고,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정보도 꾸준히 접해왔다. 하지만 그는 5월로 앞당겨진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한국 나이로는 스무 살이지만 11월에 태어났기 때문에 대선일인 5월 9일에는 만 18세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만 18세로 하향 주장 #“선거연령에 혼선 생긴 지금이 적기”

박 전 대통령 파면과 함께 조기 대선 일정이 잡히자 선거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가고 있다. 선거연령 낮추기는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였지만 관련 법안은 지난달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12월에 치러지던 대선이 5월로 당겨지자 같은 나이에도 선거권 보유 여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향후 대선은 계속 5월에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연령은 선거일 기준으로 생일이 지난 만 19세 이상 성인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선거연령에 혼선이 생긴 지금이 법률을 바꿀 적기(適期)라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민주노총·비례민주주의연대 등 124개 시민단체가 조직한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은 15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선거법 개혁 국민선언대회’를 열고 “지금대로라면 약 60만 명인 만 18세 청년들이 5월 초로 예정된 대선에서 투표를 할 수 없다”며 ‘만 18세 투표권’ 및 유권자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을 주장했다.

이들이 만 18세로 선거연령 기준을 정한 것은 군 입대와 공무원 임용, 결혼 등 선거권을 제외한 기초적인 국민의 의무 및 권리를 18세 이후부터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의 만 12~19세 청소년으로 구성된 ‘서울지역 청소년 참여기구 협의회 18세 선거권 특별위원회’ 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선거연령을 만 19세로 규정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령 유권자층은 갈수록 두터워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의무를 지니고 있을 정도로 성숙한 나이인 만 18세에 선거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다. 지난 1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대부분 대입을 준비하고 있는 만 18세가 정치적 기본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학교와 교실이 정치화될까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1998년 10월생인 이모(19)씨도 “탄핵 과정을 보면서 내 선택이 나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좀 더 사회 경험을 해본 뒤 선거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