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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향’보던 일본 관객들 눈시울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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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조정래 감독

조정래 감독

지난달 말 경기도 광주에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집’에 660여만원의 성금이 전달됐다.

광복절엔 다큐 개봉하는 조정래 감독 #나눔의집 찾아 전 세계 후원금 전달 #20만 회 상영까지 해외 순회 계속

해외동포와 외국인들의 정성어린 마음이 모였다는 점에서 액수와 상관없이 매우 뜻깊은 후원금이었다. 엔화 30만 엔, 미화 941달러, 유로화 1150유로 등 전 세계에서 모인 후원금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전달한 이는 위안부 소재 영화 ‘귀향’을 연출한 조정래(44·사진) 감독이었다. 그를 포함한 제작진은 지난해 7월 나눔의집에 영화수익금 2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귀향’은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의 비극을 그린 영화로, 지난해 2월 개봉해 358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의미있는 흥행을 했다. 조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이후 해외동포와 각국 시민들의 요청에 따라 일본과 중국,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인도, 호주 등 10개국 55개 도시를 돌며 순회상영을 했다.

수많은 해외동포와 각국 시민들이 영화를 본 뒤, 위안부 문제에 깊이 공감하며 자발적인 모금을 진행했다. 현재까지 ‘귀향’의 상영 횟수는 10만 회에 근접했다. 조 감독은 20만 회 상영을 목표로 해외 순회상영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20만 명에 달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넋을 모두 달래드린다는 취지에서 목표치를 그렇게 잡았다.

“순회상영이 계속되면서 해외동포보다 현지인 관객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영화를 본 뒤, 위안부 문제가 나치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 못지않은 전쟁범죄라며 분개하는 분들이 많아요. 매번 상영장이 울음바다로 변합니다. 지난해 말 일본 오사카·고베 상영회에선 많은 일본인 관객들이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일본 정부의 태도에 화가 난다’는 반응도 있었죠.”

조 감독은 광복절인 8월 15일 개봉을 목표로 ‘귀향’의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귀향 Part2. 소녀들의 이야기’(가제)를 만들고 있다. 제작이 무산될 뻔한 ‘귀향’이 7만5000여 명 시민들의 후원에 힘입어 만들어지기까지, 14년의 과정을 담는다.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미공개 영상,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 시민들의 후원, 해외상영회 반응 등이 새로 공개된다. 현재 편집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꼭 찍고 싶었던 엔딩 장면을 다큐멘터리에 넣을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다큐멘터리를 잘 만들어서 국제적인 다큐영화제에 낼 생각입니다. 그러면 위안부의 참상이 또 한번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될 테니까요. ‘귀향’ 또한 해외 상영을 계속 이어갈 겁니다. 지난해 강행군하면서 극심한 편두통과 마비증세가 오기도 했지만,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이 일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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