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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 속 우주여행처럼 초고속 우주여행을 안전하게 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4월 미국에서는 초소형 우주선을 쏘아 올려 우주공간을 탐사하는 ‘스타샷’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74)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 마크 저커버그(32) 페이스북 창업자 등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태양계의 이웃 별인 ‘알파 센타우리’로 날려 보낼 계획이다. 인류가 ‘인터스텔라(성간)’ 여행을 현실화할 경우 가장 먼저 찾게 될 항성계다. 하지만 빛의 속도로 달려도 지구로부터 4.37년 걸리는 거리(40조㎞)에 떨어져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칫솔보다 가벼운 20g 미만의 초소형 우주선이다. 계획에 따르면 초소형 우주선의 최대 속도가 광속의 5분의 1인 초속 6만㎞에 달한다. 2020년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그러나 아직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대표적인 게 ‘우주먼지’다. 스타샷 프로젝트에서 제시한 광속의 20% 속도 우주선의 경우, 우주공간에 있는 마이크론(micron, 1000분의1 mm) 크기의 먼지입자나 무거운 원소의 원자들과 충돌해도 우주선 전체가 파괴될 수 있다.

지구서 4.37광년 떨어진 알파센터우리까지 가려면 #초소형 우주선으로 빛의 속도 5분의1로 날아야 #문제는 우주공간 먼지와 부딪혀도 우주선 파괴돼 #우주선 진행방향을 원통형이나 직육면체 등으로 작게 #그래핀처럼 강한 소재로 얇은 차폐막도 만들어야

한국 천문연구원이 15일 그 해법을 제시했다. 천문연 티엠 황(사진) 박사 연구팀은 최근 논문에서 광속에 비교되는 초고속 우주선의 경우 미세한 원자의 충돌도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밝히며, 우주선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했다. 우주공간이 고(高) 진공이기는 하지만 완벽한 진공이 아니라 먼지와 가스입자 등 성간물질이 존재한다. 성간가스는 주로 수소와 헬륨이 원자로 구성됐으며, 평균 1㎤ 안에 한 개의 비율로 존재한다. 알파 센타우리까지의 수소나 헬륨 원자는 대략 1018개가량으로 계산된다. 이 중에서 약 1.3% 정도는 수소나 헬륨 이외의 무거운 원소들이 분포돼있다. 먼지의 경우 대략 105개 정도로 추정된다.

티엠 황 박사

티엠 황 박사

연구팀은 우선 우주선의 경로에 존재하는 각 먼지입자 또는 원자가 충돌할 경우 발생되는 에너지를 계산했다. 입자들의 충돌 에너지는 우주선 표면의 한 지점을 고온으로 빠르게 가열하며 손상시킨다. 즉, 우주선의 위험은 우주선이 너무 빨리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 때문이다. 우주선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우주에 떠있는 원자 또는 먼지 티끌이 상대적인 충돌체로 간주된다.

연구팀은 먼저 알파 센타우리까지의 경로에 먼지입자와 가스 원자가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가를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입자들이 우주선 표면을 얼마나 손상시킬 수 있는지를 계산했다. 그 결과, 적은 분포라도 무거운 원소의 원자의 경우 우주선 표면을 0.1mm 깊이까지 손상시킬 수 있으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먼지입자에도 우주선의 표면은 1mm까지 서서히 침식되어 간다는 것을 밝혔다.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15마이크론(머리카락 굵기 정도) 이상의 먼지입자가 초소형 우주선에 충돌하면 우주선 전체가 파괴될 수 있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티엠 황 박사팀은 초소형 우주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들을 제안했다. 하나는 원통형이나 직육면체 등과 같이 우주선 진행 방향의 단면을 작게 만드는 것이다. 우주선의 표면적이 작을수록 우주 먼지로부터 피해를 덜 받게 된다. 두 번째 방법은 그래핀과 같이 녹는점이 높고 강한 소재로 얇은 차폐막을 이중으로 만들어 우주선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림 2]먼지로 인한 손상을 줄이기 위해 연구팀이 제안하는 우주선 디자인

[그림 2]먼지로 인한 손상을 줄이기 위해 연구팀이 제안하는 우주선 디자인

[그림 1]초소형 우주선이 고속으로 먼지입자와 충돌했을 때 예상되는 표면의 현상

[그림 1]초소형 우주선이 고속으로 먼지입자와 충돌했을 때 예상되는 표면의 현상

연구를 이끈 티엠 황 박사는 “이 연구는 광속으로 우주여행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천문학적인 관점으로 분석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연구 결과가 가까운 미래 우주선을 설계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 3월 1일자에 게재됐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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